누군가의 용기로부터.
운이 좋게도 IMAX 용산에 가서 보게 된 <1917>.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감탄했고, 이 2시간의 여정을 다시 시작해 단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이 충분히 납득 가는, 조금은 특별한 전쟁영화이다. 일반적으로 웅장한 스케일과 전투씬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긋는다.
1차 세계대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치열한 전쟁의 참상이 주가 아닌 공격 금지 명령을 전하려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어가는 진솔한 이야기이다.
'이게 과연 원테이크 촬영인가..?'라고 느껴질 만큼 컷의 끊김이 잘 인지되지 않는 게 큰 매력이다. 그래서 나 또한 전쟁터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 들고, 인물의 상황에 더 집중하게 된다. 명장면이라고도 할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달리는 신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점점 수직 수평으로 공간이 확장되며 전투에 임하는 수많은 군인들 또한 보여주어 전쟁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 외에도 매 순간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경이로움 그 자체.
들판에서 시작과 끝을 맺는 점도 인상적이다. 친구 블레이크와 함께 편히 누워있던 곳에서 이제는 임무를 다하고 스코필드 혼자 누워있는 들판. 두 장면은 언뜻 비슷하지만 각 상황의 감정과 무게는 사뭇 다르다.
마지막은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는 아니지만, 전쟁의 그림자에서 조금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을 것이다. 이때의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일까.
수많은 희생을 막은 건 순전히 누군가의 용기와 발걸음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스크린에는 다 담을 수 없었겠지만, 그들의 엄청난 일이 역사를 바꾸어놓은 것임은 분명하다.
<1917> 엽서.
극 중에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뒤 대사가 있지만, 저 한마디만 본다면 이 작품 그리고 스코필드의 여정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의 움직임으로 인해 역사가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말로 적절하다.
워낙 강렬한 장면이기 때문에 다른 편집은 굳이 안 해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가능한 한 빨리 N차 관람을 하고 싶어 진다. 정말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