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IFA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W Jul 18. 2020

7/10일의 영화들. /24th BIFAN

세인트 모드, 마고와 마게리트의 환상의 시간여행 

세인트 모드(Saint Maud) 

부천 초이스 : 장편 / 4.5/5



세인트는 성자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인데, 주인공 ‘모드’에겐 믿음의 원천이자, 자신과 동일시하는 존재이다. 모드는 죽기 직전의 사람들을 돌보는 개인 간호사로, 믿음을 가지게 된 후 줄곧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화면에 자주 언급한다. 길거리에 있던 노숙자에게 동전을 주며 축복하고, 항상 십자가를 소중히 여기는 장면들 또한 그가 종교를 모든 생활의 기반으로 여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연한 과거 직장 동료와의 만남과 몇몇 대사들로 모드가 과거의 했던 일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지금의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것은 그의 과거에 대해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의 과거는 일련의 이미지들로 짧게 등장한다. 오프닝 시퀀스 및 중간에 혼란을 겪는 장면 사이사이에 흩어진 기억처럼 존재한다. 이로써 과거의 그 또한 종교에 얽매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두 팔을 벌려 손등을 위로하여, 예수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으로 그를 표현한다.     

 

 이 영화만의 묘미는 모드의 행동들과 그가 겪는 기이한 현상들이 실제인지 환각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반엔 다소 잔잔한 호흡을 유지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광기와 집착이 뒤섞인 모습을 보인다. 급속도로 친해진 환자이자 친구를 만난 이후 모드는 자신의 신념을 같이 가지길 원한다. 그러나 그는 모드가 추구하는 이상과 정반대의 가까운 인물로, 화려한 파티와 쾌락을 즐기며 오히려 이런 생활을 권한다. 이런 생활이 맞지 않는 모드는 절망하고, 그때 신의 응답을 받는다. 이후 본격적으로 그의 광기는 시작되는데, <다빈치 코드>에도 등장했던, 오푸스 데이를 실행한 인물과 흡사한 행동을 한다. 일종의 ‘자해’를 하며 속죄를 바라고, 점점 그 강도가 세지며 과감한 행동을 한다. 신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이었을까. 결국 자신이 악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고, 완전히 구원받기 위해 분신을 하게 된다. <세인트 모드>는 무언가에 과하게 빠진 채 자신의 정체성, 영혼까지 잃는 기구한 삶을 매력적으로 그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화면을 뒤집어 사용하거나, 기울여 촬영하는 방식 또한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마고와 마게리트의 환상의 시간여행 

(L'Aventure des Marguerite)     

패밀리 존 / 4.5/5



앞으로 부천 영화제에선 ‘패밀리 존’ 영화를 빼놓지 말아야겠다. 영화는 두 인물의 성장을 판타지적 요소로 그려낸다. 마고와 마게리트는 동시대에 존재하진 않지만, 둘 다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며 지내고 있다. 화면은 1942년과 2019년을 비교하며 보여주는데, 각 인물의 대사 및 사회적 위치와 같이 작은 디테일들에 주목하면서 볼 수 있다. 둘은 시간을 바꾸는 궤짝을 통해 우연히 서로의 시간대에 살게 된다. 배우들은 각각 1인 2역을 하는데, 달라진 의상과 말투 또한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식으로만 내용이 진행된다면 진부하지만, 이 짧지만 긴 모험을 통해 인물의 가치관이 달라진다는 게 독특하다. 특히 194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고, 남자의 말에 순종해야 하며 결혼이 전부였던 고정관념은 당돌한 아이 마고가 오면서부터 조금씩 그 틈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그녀의 고모는 이 여정을 통해 좀 더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난다. 마고 또한 한동안 마게리트로 살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화를 다스리는 법 또한 어느 정도 익혀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바로 자동차 씬이다. 1940년대로 간 마고는 앨리스 고모와 함께 탈출을 계획하는데, 이때 자동차로 도로를 달리며 이어폰으로 노래를 나눠 듣는다.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바깥 풍경은 웃음을 자아낸다. 마을 사람들은 소나 손수레를 끌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지만, 이들은 힙한 노래를 들으며 서두르는 풍경이라니.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귀엽게 풀어낸 장면이다. 통통 튀는 발랄한 성장기를 보고 싶다면, <마고와 마게리트의 환상의 시간여행>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마고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영감을 주는 장면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