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GV) / 유물의 저주, 나무 아이와 숨겨진 어머니의 숲(온라인)
꼭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영화 중 하나. <미쓰백>이 떠오르기도 했고, 이의 연장선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보라와 오순, 지원 세 인물이 엮이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루는데, ‘아동 학대’를 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지원은 정의감이 투철한 순경으로, 우연히 조깅하다 오순을 발견한다.
와이셔츠에 핏자국을 본 지원은 오순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을 하고, 그 이미지는 오랫동안 그의 기억에 남는다. 이를 초반부에 등장시키는데, 사실 영화는 이 일을 기점으로 하여 점점 전으로 흘러가면서 진행한다. 고백이라는 제목의 영어 제목(Go back)에서도 예측할 수도 있지만, 서은영 감독은 이 제목엔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GV) ‘마음속에 감추거나 숨긴 것을 사실대로 말한다’라는 뜻도 있지만, 한 사건을 기점으로 극의 전체적인 흐름이 과거로 흘러간다는 점 또한 말하고 있다. <고백>은 세 인물의 ‘트라우마’ 또한 다룬다. 이런 아픔이 존재하는 시간대는 각각 다르지만, 오순과 지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과거를 말하고 있다는 것 또한 제목에 스며든 뜻이기도 하다. 이들의 과거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쭉 이어지는 영상이 아니라, 드문드문 기억나는 이미지들로 보여주는 점이 실재하는 과거를 더 실감 나게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괴 사건이 중심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극 사이마다 이 사건을 언급하는데, 사실 이것은 일종의 맥거핀 장치일 뿐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이 세 인물의 상처, 치유 그리고 연대이다. 이들은 트라우마를 대처하는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인다. 트라우마는 현재의 자신이 항상 누군가를 걱정하는 이유이고, 누군가에겐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계기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항상 벗어나고 싶어서 도와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절박함이다. 어쩌면 셋은 같은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서로가 무엇보다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이 맞이하게 된 결말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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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봤을 땐 <유전>의 분위기와 스토리를 예상하게 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실종되었다는 신고 소식을 듣고 딸과 손녀가 찾아감으로써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엔 다소 느린 템포로 진행되어 할머니의 부재와 발견하는 과정이 좀 지루하다. 이후 집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후반 20분을 위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할머니가 무언가에 의해 저주를 받게 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의뭉스러운 면이 있지만, 중요한 건 이 저주가 대를 이어진다는 징조를 발견한 순간이다. 셋이 겹쳐 보이는 이미지와 특정 증표로 이들의 불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암시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세인트 모드>에서도 등장한 화면을 기울여 이미지를 보여주는 촬영 방식이 등장해 낯선 것에서 오는 공포를 보여준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기대가 컸던 애니메이션. 페이퍼 아트 형식이 주를 이루는데, 여러 가지 대비를 느낄 수 있다. 종이와 연필, 콩테 질감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아날로그적 느낌과 화려한 색감이 주는 디지털적인 이미지의 대비가 돋보인다. 일종의 경계가 없는 표현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초반, 생명을 죽이는 사냥꾼은 시공간의 변화로 생명을 잉태하는, 소멸에서 생산의 이미지로 변화하기도 한다. 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조화를 재미있게 풀어낸,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은 몽글몽글한 느낌이 드는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