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이스 : 단편, 성범죄자를 잡아라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BBC 드라마 <블랙 미러>를 떠오르게 한 작품. 프랑스와 일본 특유의 감성이 합쳐져 은근한 매력이 있다. 얀데레란 인공지능 로봇으로, 팅커벨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얀데레라는 의미에 맞게 이 로봇은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걸 다 줄 정도로 절박하게 사랑한다. 자신만의 것인 줄 알았던 주인 빅터에게 애인이 생기면서 겪는 얀데레의 혼란이 주 소재이다. 로봇이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이란 영화는 처음인데, 빠른 전개와 몰입감 있는 연출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특유의 감질나는 포인트들이 스릴러/범죄 장르만의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당연히 범인인 줄 알았던 인물의 상황을 전복시키면서 오는 반전이 포인트. 과연 누가 살인범일지 추측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줄거리를 보자마자 이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판타지적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아픈 동생으로 인해 멈춰버린 생활들, 특히 ‘우울함’의 요소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니. 마지막 장면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더 울림이 있다.
일반적인 좀비 영화와는 달리, 초점이 ‘좀비’가 아닌 ‘가족’의 일상에 맞추어져 있다. 현대 가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절감을 가족이 좀비가 되고 난 뒤 회복하려는 주인공의 노력을 그린다. 이렇게 감성적이고, 어떤 시선으로 보면 따듯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좀비물은 처음이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단편의 특성상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 눈에 띄기가 어려운데, <핑크 래빗>만의 과감한 색감과 조명은 잔상처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같이 본 다른 단편들과 비교해 보자면 미장센에서 가장 큰 차별화를 둔다.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는 사진사와 누드를 찬미하는 모델의 미묘한 이야기를 다룬다. 약간의 집착과 광기 또한 이 작품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끊기는 점이 아쉽다.
오프닝 시퀀스가 제일 인상적이었던 단편. 영상을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가 떠오른다. 초반부에는 드라마적 요소가 보이는데,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고어한 장면들이 등장해 많이 놀랐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생각보다 잔인한 수위가 높은 편이다. 약간의 B급 감성을 더한 사이코패스 물을 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수면 위에 떠오른 아동 성범죄. 체코에서도 큰 문제이다. 특히 이 나라의 어린이들은 어린 나이에 이미 SNS와 채팅 어플과의 접촉이 많고, 그렇기에 항상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12살 소녀 역할을 할 배우들을 찾습니다’라는 파격적인 공고를 내걸고 시작한다. 이 배우들은 실제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 성범죄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성기 노출’이라는 아이콘이 영화 소개에 있어 조금 걱정하면서 봤는데, 정말 모자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관객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보는 내내 탄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너무 안타까웠다. 다큐는 이들의 상황을 보여주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가해자에게 직접 찾아가 책임을 묻는데, 이 사람들은 끝까지 자기 방어를 하다가 결국 그 상황에서 도망친다. 이 다큐가 만들어진 후 체코 경찰 측에서 자료를 요청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부모님들을 향한 메시지와 화상 채팅 연결음이 위협적으로 들리는데, 이 음악으로 인해 더욱 경각심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려면 좀 많은 장면들이 잘릴 것 같지만, 다른 플랫폼들을 통해서라도 꼭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