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습작의 시간 5부 : 살며 살아가며 남긴 조각
[ 분화(粉畵) ]
무상으로 타다 남은 한 줌의 재가
아른아른 살아 숨을 쉽니다
유족의 눈가에 어리어 말이지요
가루에 떨구어진 눈물 스미어드니
분분히 일어 나타나는 형상이
또렷해질수록 화색마저 감돕니다
속사정이야 어찌할 수 없다지만
표면에 드리운 안색은 순간으로나마
확연히 그려낼 수 있답니다
그러다 문득 추스르기라도 하면
물기 마르고 자국만이 남아
이내 흐릿한 흔적조차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