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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이 불면/차창 너머/그러합디다/찻집/젊은 합창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by 김덕용

[ 춘풍이 불면/차창 너머/그러합디다/찻집/젊은 합창 ]


춘풍이 불면

간다고 보채던 겨울이 멀어지면

춘풍이 살랑이겠지

눈보라 휘날리던 거리에

춘우(春雨)가 내리면

우중충한 가슴에 꽃내음 일렁이지


이월 가고 삼월이 오고

냉이 다래 촘촘히 수 놓인 산과 들로

바구니 터지도록 듬뿍 담아

조촐한 나물무침에 단침이 돌고

향긋한 행복이 소담스럽다


가만가만 숨을 고르면서

귀 기울여 살며시 눈을 뜨면

임의 체취가 짙어 오는

처녀의 치맛자락이 마냥 자연스럽다

그래 봄의 품에 안겨나 보자





차창 너머

차창 너머에 내 얼굴이 보이고

하나 ‧ 둘 ‧ 셋 ‧ 넷 …

세일 수 없는 가로수에

푸릇한 이파리 돌고

가지런히 입맞춤하는 블록 사이로

봄바람 회오리 되어 일다


이월 신상 반값에 세일 되는

거리의 왁자지껄함이

젊음의 외투를 벗기려 하고

색색이 물들여진 현수막이

도시의 산만함을 남용하는

봄날의 찬가 소리

어제 그제 그 전날에 불리었죠


개나리 진달래 벚꽃봉우리 …

피우기엔 아직 이르지만

옷깃을 스치는 촉감이 다르고

삭막한 건물에 옷 입히는 시각

내 마음 하늘을 날다






그러합디다

누구이든가 애써 그러합디다

이별은 쓰라린 헤어짐이 아니라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냥 그러한 인연이라 합디다


아무리 미련이 남는다 해도

속절없이 헤매는 아쉬움이라면

구태여 허한 이슬일랑 가까이 말고

웃음 지어 눈길 건넵시다


혹여 버거움이라도 찾아들면

긴 한숨으로 멍든 가슴 쓸어내어

공중에 고스란히 드리우고

서럽다 목청 돋우어 내시구려


그러하다 보면 잊히어 가리니

무정한 세월 아롱진 찻잔에 담아

인내의 선약인 양 머금고서

기약마저 못 할 날을 주시하오






[ 찻집 ]

차향 그윽이 감도는 다방에 앉아

남남끼리 보람찬 생을 즐거우라 한다

슬픔을 웃음으로 건네는 넉살이

유행에 편승하여 울리는 음향을 감싸고

자칫 터질 듯한 침울한 숨소리

어디 묻어 눈을 뜰 것인가?

가라! 누구와 넋두리 섞으려 하느냐

미소 지어 아양 떠는 네 가슴앓이

어루만져 줄 이가 여기엔 없는가 보다


한 움큼 쥐어 든 손아귀엔

공기보다 못한 잡것이 시시덕거리고

달랠 길 없어 몸으로 울어대는

○양의 모양새가 비애라서 측은스럽다

쓰고도 달짝지근한 커피 한 모금

헤픈 네 입술에 머물 때

조금씩 사그라지는 청춘을 어쩌지 못해

팽개쳐진 나목 되어 허우적대고

한숨 깃든 찻잔엔 파문 일렁인다

멜로디가 감미로운 분위기라

순간으로 낯설고 어색해서

어디에 눈길 두어야 할지 멈칫거려진다

의심을 즐겨 하는 불신보다 더욱

비굴한 거만이나 객기로 거드름 떠는

뭇 사내의 허세가 가련하구나

겸손할 줄 모르는 형상들이

콧노래 흥얼대는 꼬락서니 몰골이여

흔쾌히 차나 마시고 가려무나


삶을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루에 보람을 찾아

친구여! 연인이여! 동반자여!

여기는 만남의 교차점

시달리어 더욱 빛을 밝히고

달구어진 뿌듯한 열정이 오가는 곳

서민의 숨결이 머무는 인정이여

비틀거리는 가슴을 포근히 반겨 맞아줄

찻집엔 다도가 숨 쉬어 간다





[ 젊은 합창 ]

한걸음 두 발자국 희망 찾아서

가슴 가득 열정을 토하고

좁은 터전을 쪼끔 더 커지도록

소리 다듬어 외쳐보자


뜻이 가상한 입맞춤에

감미로운 포옹으로 감싸고

활력 넘친 손발이 땀으로 뒤범벅되어

하늘 높이 치솟아 야망을 키운다


가시덤불 사이로 보이지 않는

실낱같은 외로운 길이

따사로운 햇살 받을 그 날까지

살포시 숨 고르기로

묵묵히 일구어 가자꾸나


서로가 서먹한 타인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위안도 주고

좀처럼 어색할 수 없는

눈물 고인 인생 담이

훈훈한 믿음으로 전이되어

목화솜처럼 포근한 웃음을 간직하였다


힘겨운 어깨를 털고

손잡아 마음 주는 소담스러운 웃음소리

터지라 배꼽 잡는 오늘 하루

살판나게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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