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살며 살아가며 남긴 조각
[ 연분/진에게/소망/태아에게/착한 꽃/그대 향기 ]
[ 연분 ]
혹시 연분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저 살아가는 방편의 하나일 뿐
이내 잊히어지고 말았지요
그래서 안타까움이 더욱 남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 속에
만남이라는 역사는 이어졌고
우리에게도 연줄이 주어졌지요
다행히 호감이 조금 생기면
그 인연을 밑천으로 삼아
아름다운 추억이 새록새록 하도록
정으로 마음을 담아내야겠지요
[ 진에게 ]
외로움 사이로 스며드는 기쁨 있기에
지금은 모두가 사랑하는 계절
여름 가고 가을다운 이별이 오더라도
겨울만은 춥지 않길 어느 다점의 탁자에서
두 손 모아쥐고 그녀 앞에 기원한다
봄비 사이로 가녀린 손길 어울러가면
차가움은 다스함으로 전이되어
정감의 목화로 영글어 간다
삼복의 열기는 황홀한 채취로 감돌고
목숨 끊어져 녹아내릴 때까지 여운 남기며
그대 좋아 사랑한다고 연가 부르리
옛날의 숱한 사연이 추억으로 숨 쉴지라도
그건 허상이었노라고
진정 내 사랑은 그대 진이라고
목청 높여 노래 부르지는 못할지라도
길고 긴 서시는 쓸 수 있으리라
[ 소망 ]
잊지 말고 살아요
꿈이 있어요
온 세상에 어둠이 나리더라도
이 땅의 대지 위에
정이 있어요
말라버린 인간미 근원 없어도
지금처럼 우리는
사랑하지요
진작 그대 만나서 좋아하기에
손에 손 마주 잡고
포옹하지요
그리운 마음으로 웃음 짓기에
[ 태아에게 ]
흐뭇한 감정 억제할 수 없어
다시 한번 어루만지는 어멈의 배
아니 네가 활기차게 노는 정경을
그냥 두기엔 너무도 신기하고 좋아서
재차 쓰다듬어 본다
손길질 발길질 사방으로 종횡하는
네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고
오늘은 또 태동을 얼마나 하였을까?
어이쿠 요놈 봐라 제법일세
매양 달라지는 숨결 소리 감동적이다
태아야 안녕! 아빠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니
엄만 널 느끼며 함박웃음 짓다가
아빤 널 바라보며 싱글벙글하다가
살며시 껴안으면 좋아하는 네가 반갑다
아빠-[태아]-엄마 셋은 가족
오순도순 아침 햇살의 온정 가득
푸르고도 맑은 하늘 가만히 바라보며
저렇게 살아가고자 마음 다짐
태아야, 아빠 엄마는 무척 행복하단다
[ 착한 꽃 ]
내게로 예쁜 꽃이 찾아왔습니다
시월의 어느 날이던가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갈 초입에 말입니다
한밤에 지성으로 기도드린 응답이
첫눈 내리던 때에 맞춰서 다가왔습니다
맞잡은 손이 막춤을 추었답니다
눈발과 봄볕이 관심 기울여준 덕분으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함이 점차 무르익어 갈 무렵
삶이란 열정으로 펼쳐가야 함을 이르는 듯
무더위가 본을 보이는 은혜에
한동안 인내와 더불어 하였답니다
언제든 의연히 이겨내라는 뜻을
미리 알리려는 사랑이라서
이 역시도 무한한 고마움이었습니다
드디어 꽃이 멋지게 피었답니다
봉우리가 순간으로 열리어 성큼 왔습니다
곱게 기다려 착한 꽃이 왔습니다
[ 그대 향기 ]
은은한 아지랑이 찻잔에 맴돌다가
마침내 허공 속에 옛 생각 토해낸다
천진한 가시버시로 소꿉 놀던 날들을
좋아해 한마디로 서로를 감싸 안고
반평생 아기자기 시름도 아울렀다
그렇게 인연을 맺어 살아 쉬는 나날들
분주한 하루 여정 어려이 접고 나니
반기는 가족사랑 정겨움 가득하다
고맙소 당신 손길에 녹차향기 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