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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무강하소서/장원/아마도 그곳엔/사부일심/아이들

5부 : 살며 살아가며 남긴 조각

by 김덕용

[ 만수무강하소서/장원(壯元)/아마도 그곳엔/사부일심(師父一心)/아이들 ]


[ 만수무강하소서 ]

한 올 한 올 땀땀이 맺고 풀어온

어머님의 삶이 어언 팔순(八旬)이어라


지극(至極)한 섬김으로 봉양(奉養)하고

자애로운 정성(精誠)으로 베푸셨지요


꽃답던 나이에 일가(一家) 이루어

슬하(膝下)에 2남 4녀 두니 다복(多福)하여라


친손(親孫) 또한 4남 1녀 이르고

외손(外孫)은 다섯에 넷을 더하였네


모두가 어여삐 제 몫을 다하니

흐뭇한 미소가 내심(內心) 가득하시리


이제야 축연(祝宴)의 자리 마련하여

하례(賀禮) 올리니 부디 만수무강하소서





[ 장원(壯元) ]

아무나 쉬이 오를 수 없는 자리

오로지 최고의 으뜸이기에

한층 더 빛깔이 나는 게지요


내면의 숱한 유혹을 이겨내야만

가까스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영광스러움이니 말이에요


의지나 욕심만 앞세운다 해서

어사화(御賜花) 얻을 수 없음은

누구나 아는 이치가 아니겠어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순리에 따른 어우러짐이

한결같이 조화로울 때 가능하지요


혹여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다음으로 버금에 머무르게 되니

눈물 어린 땀을 흘려야지요






[ 아마도 그곳엔 ]

아마도 그곳엔 있으리라 보아요

아련한 기억으로 되새겨지는

우리만의 실낱같은 사연 말이에요


이미 숱한 시간이 멀어져갔음에도

곁에 살아 숨 쉬는 듯한 까닭은

아직 온기 감돌기 때문이지요


조금은 의연히 관조해 봄직도 하련만

미처 삭이어내지 못하는 것은

풀지 못할 아쉬움 남아서이겠지요


응어리진 속사정은 아니라 해도

여운마저 아예 떨구어낼 수 없음은

마음으로부터 기인함이겠지요


아련한 형상으로 되새겨져만 가는

너와 나의 스쳐 갔던 이야기가

아마도 그곳엔 있으리라 보아요






[ 사부일심(師父一心) ]

티끌이 모여 태산 되기가 무척

어렵다고는 하지만

마음을 보태고 또 더하여 합하다 보면

못 이룰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귀한 보물을 선뜻 맡기어 주셨음에

이걸 인연 삼아 다듬고 가꾸어

사제의 정을 곁에 두고서 넘쳐나도록

흡족히 음미하렵니다


스승과 아버지가 일체라 함이

옛말이 되어가긴 하여도

조금만 넓은 마음으로 지켜보면

따뜻한 호흡 맞춤에 단내 드리워지겠지요


거름을 밑천 삼아 자라나는 나무처럼

우리네 아이는 관심받아 커가기에

사부일심(師父一心)으로

지성껏 지켜보아야 하겠지요






[ 아이들 ]

기윽과 니은이가 정답게 노니는데

미음이 달려와 끼어들려 하네요

기윽이와 니은이가 줄잡아 돌리면

리을이가 뒹굴어 재주 부리고

디귿이도 함께 어울리려 하지요

지루해진 미음이가 기지개 켜자

비읍이와 피읖이가 얼굴 디미네요

기윽이 몸 굽히려다 중심을 잃어

니은이 엎드리니 시옷이 나오고

지읒이는 어부지리로 같이 하지요

거칠기로 소문난 녀석들로는

키읔이 티읕이 치읓이가 있어요

심부름 갔다 돌아온 이응이가

수줍음 타는 히읗이를 데리고 와

서로 인사시키니 낯을 가리네요

자음반 동아리 모두 모이라는

화합의 메아리 골목에 가득하네요

그중에 다섯쌍둥이 나오는데

저마다 특색 있는 됨됨이라서

지켜보는 마음이 흐뭇해져 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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