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 시장이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따라붙는다. 동그란 빨간 다라이가 즐비한 시장 한가운데를 지났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 집이다. 딱 한 번 왔었는데, 발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섰다. "대왕문어 다리 하나 주세요." 1년 전, 바로 오늘 그가 그렇게 주문했다. 물이 튄 파란 방수 앞치마를 입은 민머리 아저씨가 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의 예스다. "하나에 3만 원, 몇 개?" "한 개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잘 삶아진 대왕문어 다리 하나가 내 팔뚝만 하다. 그가 좋아하는 유일한 음식이다, '문어숙회'. 집에 오자마자 커다란 접시에 썰어놓고 혼자 먹는다. 한 점 먹고 그를 떠올린다.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두 잔을 따랐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한 잔을 두고, 나는 한 잔을 들이켰다. 쓰다. 문어 한 점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소금이 문어 빨판에 많이 묻었나 보다. 소태다. 눈을 찡그리며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빈 잔에 소주를 따르고 그의 자리를 쳐다본다. 그와 찍은 사진을 가져다 둔다. 소주를 마시고 문어를 씹는다. 반복한다. 소주가 모자라서 또 한 병을 꺼냈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문어 가게 아저씨가 묻는다. "오늘 또? 문어만 먹고 사나? 맨날 오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보내고 미친 듯이 문어만 먹었다. 소화가 안 돼서 사 먹은 까스명수가 몇 병인지 소화제가 몇 알인지 모른다.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문어를 보니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한 달 동안 문어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었다. 난 그렇게 그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직 그가 가지 않았다. 내일 또 문어 사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