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이불장에 이불을 개서 넣는다. 비몽사몽간에 아버지가 이불을 장롱에 넣은 소리가 난다. 동생도 반쯤 감은 눈으로 이불을 개서 넣는다. 뒤척인다. 궁디도 무겁고 눈꺼풀도 딱 붙어있다. 5분만 더 자고 싶다. "은미냐~ 퍼뜩 일나라~" 엄마의 첫 번째 알람이다. 난 못 들었다. 눈이 잠을 이기지 못한다. "은미야~" 두 번째 엄마 알람이다. 2분만 더 자자. "은미야~" 엄마 목소리에 "이노무 가시나~"가 들어있다. 지금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욕 한 사발이 날아올 것이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불을 둘둘 말다시피 이불장에 쑤셔 넣었다. 장롱문이 안 닫힌다. 삐죽하고 이불의 귀퉁이가 튀어나왔다. 다시 개길까? 모른 척 돌아선다. 엄마한테 들을 잔소리가 이미 윙윙거린다. "몰라~" 외면하고 화장실로 향한다.
덜컥 문이 안으로 잠겼다. "언니야 내 있다" 동생이다. 가스나 똥 싸나 보다. "아~ 내가 먼저 일어날걸~" 아침마다 생각한다. 아침마다 한발 늦다. 젖은 머리에 수건 하나 둘둘 감고 삐죽 나온 머리카락엔 물이 뚝뚝 떨어진다. 샴푸 향을 스치며 옆으로 지나간다. 문을 연다. 동생이 가져간 샴푸 향 뒤에 똥내가 남은 화장실에 들어간다. "아이씨~ 내일은 내가 먼저다."
내 머리에 수건 하나 걸쳤다. 물이 수건 사이로 뚝뚝 떨어진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다. "이노무 가스나 이불 좀 얌전히 개서 넣으래도~" 또 지적당했다. 등짝 어제처럼 오늘도 한 대 맞았다. 아침 루틴 같다. 엄마의 등짝, 동생 똥내.
다음 날 "은미야~" 두 번째 엄마 알람이다. 방바닥에 붙어서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 순간 스치는 똥내. 벌떡 일어났다. 후다닥 이불을 또 쑤셔 넣는다. 엄마랑 눈이 마주친다. 돌아서 이불을 다시 한번 더 꾹꾹 누르고 장롱문을 닫았다. 삐져나온 이불이 없다. "아싸~" 이건 됐어. 화장실로 갔다. 물소리가 난다. 늦었다. 똥내가 싫다면서 어쩌면 적응됐나. 이노무 몸뚱이가 말을 안 듣는다. 난 바보다. 머리로 알고 몸으로 모른다. 등신같이 오늘도 똥내 나는 화장실이다. 몸이 똥내를 이길 때 동생을 이기는 거다. 이불을 안 보이게 쑤셔 넣을 때 엄마를 이기는 거다.
내가 깨달은 바를 삶 속에서 살아낼 때
내가 새긴 그 문장을 비로소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진정 몸으로 읽는 것이 아닐까?
문장과 순간. 박웅현
원문장의 의미를 가지고 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낸다. 매일. 쉽지 않지만 이렇게 문장 공부를 하는 건 내 속에 숨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련한 기억의 끄트머리를 잡아내곤 피식 웃는다. 그럼 된 거다. 문장을 공부한다는 건 나의 무의식과 숨바꼭질을 하는 거다.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된 거다. 에세이처럼 글을 풀어보는 작업이 재미있다. 똥내 풍기던 동생, 지금은 교사로 일하는 그 똥내동생이 보고싶다. 그시절의 그 동생이. 등짝스매싱 날리던 엄마는 이제 팔순을 넘기셨다. 이젠 등짝을 쓰다듬는 엄마의 거친 손, 예전처럼 등짝 한방 맞고 싶다. 그시절 그날처럼.
#등짝 #똥내 #문장공부 #에세이 #글쓰는피아노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