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 채식주의자. 한강-
그와 말없이 해운대 바닷가를 걷는다. 연인들이 손에 손잡고 바다를 보고 앉아있다. 서로 기대 어깨가 포개지고 머리가 맞닿아있다. 부럽다. 술 취한 척, 괜한 비틀거림으로 슬쩍 그의 어깨를 잡았다. 가만히 내 손을 내리더니 손깍지를 낀다. 잡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가 힘을 준다. 꽈악~ "아~야~" 괜히 잡은 손으로 팔꿈치로 툭 친다. 웃는다. 속웃음이 새어 나올까 봐 참았다.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온다. "어~ 어~ 뭐 하자는 거지?" 그를 알고부터 거리엔 그만 보인다.
"은미야 일어나라 학교 가야지~" 멀찍이 들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 엄마~ 중요한 장면인데.... 꼭 이럴 때 깨우더라~" 다시 눈을 감는다. 아까 그 장면이 없다. "아까비~ 분명 그가 웃었는데 내 얼굴 가까이 오려고 했는데~~" 엄마 때문에 망쳤다. 학교 가기 싫다.
조회가 끝나고 1교시를 기다린다. 노처녀 히스테리 가득한 영어 선생님 시간이다. 또 줄기차게 진도를 뽑겠지. 내 머리칼도 같이 뽑히겠지. 재미없는 수업 시간은 모두 선생님 탓을 한다. 그래야 뭔가 위로되는듯해서 언제부터가 그런다. 선생님 탓, 금색 뿔테 안경의 영어 수업이 계속된다. 살펴시 눈을 감았다. 그가 날 보고 웃는다.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깍지를 낀다. 어깨를 툭 쳤다. 그이랑 눈이 마주쳤다. 콩쾅거리는 가슴은 뭐지?
탁! 뭐지? 이마에 지진이다. "은미야 일어나. 수업 시간에 잘래~" "아~ 미치겠다" 선생님도 엄마도 똑같다. 밉다
© yogendras31,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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