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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r 19. 2024

540원, 허쌤도 보험료도 감사합니다


주말을 울산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 차량을 움직이려면 일요일 오후엔 안성으로 올라와야 한다. 토요일 경주 박물관 대학서 공부하는 남편이 일요일 문화재 답사를 가는 날이면 8시쯤 집에 도착이다. 일요일 안성행  귀가가 한밤중이다. 밤 운전은 다음날 움직이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답사를 한 후엔 피로도가 높아 내가 전적으로 운전을 하기도 한다. 300km를 매주 오가는 일은 쉽지 않다. ktx를 타기도 하고,  직접 운전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 있지만 때론 울산 집에 남편 혼자 다녀오라고 궁둥이 빼기도 한다. 일이 생겨 울산을 안 가는 날은 한결 수월하다 하다. 남편이랑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다 떨어지면 왠지 홀가분(?) 하고 자유롭기도 하다. 



어젠 허쌤이 아침 차량 운전을 해주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허쌤은 18년 전 상가 4층에서 보습학원을 했다. 난 3층서 음악 학원을 운영하는 인연으로 만났다. 인연의 길이가 길어 긴 세월 함께 지내다 보니 동생 같은 친구다. 공부방 다니는 아이들 몇 명을 우리 학원차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월요일 오전 차량이 부담스럽다고 하니 기꺼이 운전을 해주었다. 먼저 보험을 가입한다. 8월까지 43세까지 모두 운전으로 바꾸니 보험료가 540원이다. 다시 물어본다. 540원 맞다. 계좌이체를 하고 문자를 받았다. 



월요일 아침 7시 출발~ 슝~ 안성행 차 안에서는 음악과 수다가 한창이다. 뉴스를 듣기도 하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 잔으로 잠깐의 여류를 부리기도 한다. 어쩌다 한번 박물관 대학 답사 때나 집안의 행사 때는 허쌤이 움직여 주기로 했다. 상부상조라고 할까? 우리 학원이랑 쌤네 공부방을 같이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우리 학원차량을 이용한 지 오래되었다. 굳이 허쌤이 운행하려면 부담이 크다. 학원차를 움직이는 경비와 기사 채용 교육 등 쉽지 않음을 알기에 기꺼이 우리 학원차량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실은 처음으로 차량을 맡겼다. 어지간하면 우리가 책임을 지려고 한다. 덕분에 환한 아침을 차 안에서 맡으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른 운전으로 고속도로는 한가하다. 주변의 나무들도 봄맞이 준비를 하는지 따스해진 햇살에 맘껏 온몸을 맡긴다.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 고요한 움직임이 한가롭다. 



밀린 책을 들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지 말라는 남편의 권유를 뿌리치고 무릎 위에 방석을 접어두고 그이에 책을 올려 흔들림이 덜하도록 했다. 운전하는 남편이 심심하지 않게 중간중간 책을 읽어준다. 그리곤 책 내용을 나눈다. 그냥 읽다가 남편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생각지 못한 그이의 생각을 읽게 된다. 저런 면이? 저런 생각을 하다니? 오랜 시간같이 살아도 모르는 부분이 있다. 그도 나도...



바쁘게 산다는 게 다 좋은 건 만은 아닌가 보다. 자투리 시간까지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뭔가 해야 하는 강박 같은 마음이 있다. 이러지 말자. 여유를 가지자. 쉼을 가지자. 이렇게 마음을 먹다가도 당겨진 고무줄 돌아가듯 다시 제자리로 가버린다. 



허쌤 덕분에 오전 시간을 벌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540원의 보험료도 감사하고, 남편이랑 데이트 같은 수다도 감사하고, 밀린 책을 읽어서 감사하고, 휴게소 커피 한 잔도 감사하고, 점심밥 안 하고 사 먹어서 감사하고, 날씨가 좋아 감사하고, 차창으로 비친 산과 들과 하늘도 감사하고, 이른 귀가로 소파에 푹 퍼져있어서 감사하다. 오전 내내 감사가 오후로 이어져 하루 종일 감사의 노래를 부른다. 



허쌤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허쌤도 오히려 감사하단다. 오랜 시간 차량 지원해 줘서... 이렇게 서로 도울 수 있어서... 오메나~ 이쁜쌤 우린 이렇게 감사의 하루를 보냈다. 



세상이 다 환해진다. 

산다는 건 환한 일이다.







#540원 #감사 #글쓰는피아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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