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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r 20. 2024

전화야 고맙데이


핸드폰이 울린다. 

'멋진 아들'이라고 저장해 둔 글씨가 목소리 듣기도 전에 미리 반갑다.

"어이~ 아들~ "

목소리에 웃음이 가득 실려있다.


"엄마~ 뭐 하십니까? 바쁘요?"

"아니 아니  넌?"

"바쁘긴 해도 잠시 엄마 목소리 들으려고요"

"뭔 일 있어?"

"아니요. 그냥~"


이럴 땐 속 걱정이 밀려온다. 무슨 일이지? 목소리 들으려고 전화했나? 진짜로? 순간 생각이 마구 올라온다.


"언제 집에 들릴 수 있어?"

"조만간 갈게요. 서영이 데리고..."

"그래라 같이 오렴, 언제나 환영이다"

"엄마 저 일하러 들어갈게요"

"응~"


별스러운 건 하나도 없다.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들과의 전화가 간단하다. 안 바쁘면 농담 섞인 수다가 한창일 텐데... 짧은 대화 전화기만 만지작거린다



친정엄마께 전화를 건다.


"큰 딸~~"

엄마의 밝은 목소리에 내 맘도 환해진다. 

"엄마~"

"오~냐~ 먼일이고?"

"그냥요 엄마 목소리 들을라꼬 전화해씸더~"

"그랬나? 내는 잘이찌. 느그들만 잘이쓰면 내는 그걸로 된기라~"


엄마의 사투리는 온돌의 아랫목같이 따스하다

별스런 내용 없이 안부만 묻고 전화를 마무리한다. 


곰곰이 생각하니 나랑 아들이랑 닮았다.

그냥 괜히 해보는 전화다


무슨 장황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뭔가가 있나 보다. 텔레파시? 사랑? 관심? 유전적인 연결고리? 뭐라도 좋다.


말 안 해도 되는 통화.

그런 통화할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십여 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

시골집 마루에 앉아서 서울서 걸려온 시누이 전화를 받고는 어머니는 눈물이 글썽이다. 오랜만에 막내딸과의 전화가 안쓰럽고 애처로우셨나 보다. 어린 나이에 형제 많은 집으로 시집가서,  맏며느리로 고생한다는 생각이 크셨는지 막내 시누이 전화는 언제나 눈물을 동반한다. 그러다 전화기를 쓰다듬으신다


"어머니 전화기를 왜? 쓰다듬으세요?"

"얼매나 고맙노?"

"네?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는 연신 전화기를 가슴에 안고 아기 달래듯 전화기를 쓰다듬고 어루만지신다

그리곤 

"전화야 전화야 참말로 고맙데이~ 먼데 사는 막둥이 목소리 듣게 해 줘서 고맙데이~ "

이런 이런~ 울 어머니 마음이 그려셨구나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마냥 아기 다루듯 만지시는 어머니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아들의 그냥 걸려온 전화가 바이러스가 되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이른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이 느낌은 뭘까?



#전화 #그무엇 #글쓰는피아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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