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피아노쌤 Mar 21. 2024

첫 피아노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인 ㅇㅇ이는 키가 나보다 훨씬 크다. 6살 때 우리 학원 상담을 한 친구인데 너무 어려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고 6개월을 기다려 피아노를 등록한 친구다. 학원장인 내가 아이들 피아노 치는 시기를 7살로 못 박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이이 처음으로 음악을 접하는 것은 엄마 뱃속에서 태교 음악을 들으면서부터 일 것이다.

아이들의 피아노 레슨 시기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언제부터 피아노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너무 심해서 언제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영유아기 때는 피아노를 직접 친다기보다 음악적 리듬이나 박자감 그리고 음악을 듣는 걸 즐겨하길 권한다. 문화센터나 음악놀이를 지도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몸으로 음악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긴 세월 피아노를 지도하면서 학원에서 피아노를 지도하는 건, 만6세가 지나서 시작이 좋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3~5세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한다고 "혹시 우리 아이가 음악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일단 피아노 학원을 보내보자고 상담을 하는 경우는 "노우~" 


일단 아이들이 음악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류가 음악을 좋아하고 흥에 겨워하는 것은 타고난 본성의 일부라 해도 좋을 만큼 긴 역사를 가진다. 일단 역사적인 배경을 제외하고 이야길 이어간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tv나 핸드폰 아니 가만히 있어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은 귀애 가득하다. 뱃속에서 듣기 시작한 음악은 자장가로 토닥거리며, 뽀로로를 보면서 언제나 음악에 노출되어 있다. 무의식 중에 음악이 쌓여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3세에서 5세 사이에 음악에 대한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아이의 흥미와 능력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25년이 넘는 경험으로 볼 때 일반적으로 만 6세 정도면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육이 적합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1년 전쯤부터다. 우리 아이가 노래를 듣고 너무 잘 따라 한다고, 음악만 틀어놓으면 궁둥이 들썩인다고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학원에 데려와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조용히 말씀드린다. 조금만 더 키워서 데리고 오시라고 돌려보낸다. 처음 두어 달은 아이들이 신이 나서 피아노를 배우다가 금방 어려워한다. 학원이라는 공간은 피아노를 쳐야 하고 음악이론을 공부하는 곳이다. 돌아다니거나 친구들과 노는 공간이 없이 수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아이들이 매일 30분 이상씩 피아노를 친다는 것은 집중과 노력을 요하는 학습의 시간이다. 피아노를 치고 나면 음악이론을 공부하고 기초를 다져야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낯선 공부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음악은 자유롭고 편하게 접근하도록 다양한 교재와 교구를 사용하고, 친구들과 연주회를 하는등 음악 활동을 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 그래도 공부는 공부인지라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에 시작하길 권한다. 


5세 아이들이 상담을 오면 손을 잡고 "우리 친구 손이 조금 더 크면 오세요. 손가락에 힘이 조금 더 생기면 시작할게요"라고 아이에게 말한다. 손가락으로 "요만큼만 더 키가 크면  손에 힘이 생기니까 밥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서 오세요" 난 아이들을 토닥이며 돌려보낸다. 


엄마들에게도 아이들이 평생 음악을 듣고 즐길 것인데 , 처음 접하는 음악교육인 피아노의 경우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1년전 쯤 시키시라고 권한다. 사는 동안 접해야 하는 음악이 힘들거나 재미없는 것이라 여기지 않아야 한다. 무리하게 교육을 시켜 흥미를 잃게 하느니 차라리 좀 더 기다렸다가 학습하고 받아들이기 편한 시기에 시작하는 게 좋다. 평생 접하는 음악을 즐겁고 재미나게 즐길 수 있도록 배움을 좀 미루는 것이다. 물론 악기마다 특성이 다르다.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고 학원마다 지도하는 시기가 다르니 아이들 개성과 재능에 따라 상담받고 시작하면 된다.


다만 우리 학원 상담을 하는 경우는 초등학교 입학 전으로 정하고 그 이전의 아이들은 돌려보낸다. 학원장인 나는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학원생활이 즐겁고 배우기 쉽도록 유도한다. 


더 일찍 시작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개인차가 너무 심하니까.. 하지만 우리 학원의 경우는  손의 근육이 발달하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 학습에 유리한 상태가 되길 기다린다. 아이들이 더 자라도록 기다린다. 엄마들도 상담 후 기분 좋게 돌아가신다. 엄마의 의욕은 아이들이 어릴 때 재능을 발견하고 흥미를 가지는 시기가 적당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재능 있는 아이는 조금 기다렸다 시작해도 충분히 그 재능으로 빨리 성장한다는 사실.  


25년 이상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육시기를 묻는다면 난 지금도 대답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시키 시키시라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습하고 음악을 즐거워하며 아이들과 학원생활을 원활하게 할 때 그때 시키길 권한다. 우리 학원 아이들은 몇 달을 기다렸다. 혹은 1년 이상 기다렸다 등록하는 아이들이 있다. 엄마들에게 나의 의견을 말씀드리면 정말로 기다렸다 다시 찾아오신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리 학원 상담 시는 그러하다. 아이들마다 다 다르다.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사항은 될 것이라 여긴다.


ㅇㅇ이도 6개월을 기다렸다 피아노를 등록했다. 7살부터 피아노 교육이 시작되어 이제 6학년이다. 피아노를 전공할 마음을 먹는다. 피아노치길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조금 기다려줬는데... 기다리며 더 흥미로워진 마음으로 더 열심히 피아노를 배운 탓이라 믿고 싶다. 조금 기다려줬는데... 피아노를 좋아하게 된 아이들을 보면 보람이다. 전공하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이 생기면 어깨에 묵직한 책임감이 따라붙어도 뿌듯하다. 피아노를 좋아하고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ㅇㅇ이가 전공하고 싶다는 건 어릴 적 6개월 기다리며 더 흥미로워진 마음으로 열심히 피아노를 배운 탓이라 믿고 싶다.




#피아노 #처음시작 #글쓰는피아노쌤 #매일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전화야 고맙데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