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01. 2024

봄 오는 소리


봄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강원도에는 아직 눈 덮인 산이 있다는데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7살 어린아이가 유치를 뽑을까 말까 흔들리는 마지막 순간, 이빨에 실을 묶어 손으로 이마를 톡 하고 치면 톡 하고 빠질 것 같은 그 순간을 보았다. 울산 우리 밭에서다. 지난주다. 꽃잎이 터지기 직전의 아슬아슬함은 간질간질하다. 손으로 살짝 쓰다듬어본다.  "다음 주에 만나고 싶은데 못 오네. 톡 하고 터지는 그 순간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이쁘게 피우고 있으렴" 들은 것 같아 작은 나무에 속삭이고 왔다.



내 맘이 보였을까? 남편이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밭의 나무들이 1주일 만에 꽃봉오리를 톡톡 피우고 있다. 간질거리는 이 등을 시원하게 긁은 것 같다. 몇 개 없는 꽃들이 이쁜 건 내가 사서 심은 나무인 탓이다. 아니 남편과 대럼이 심었다. 난 만지고 물 주고...  우리 식구들 손을 탄 나무들이 자리를 옮겨 심었는데도 자리를 잡아주니 내 눈이 사랑스럽게 보일밖에.








우리 밭에 매주 손님들이 찾아온다. 아니 시동생이 밭 한쪽에 컨테이너를 놓고 작업실사마 쓴다고 해서 그러라고 한 후부터 거의 매일 출근을 하는 시댁 형제들이 오고 간다. 시간이 되는 식구는 그냥 지나가다 들리고 맛난 거 나눠 먹으러 들린다. 우리 밭이 우리 6형제 사는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오가지 않던 밭에 덩그러니 우리 비닐하우스만 있어 관리가 안 되었는데 시동생이 컨테이너를 옮겨 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사랑방 노릇을 한다. 밭에는 아직 정리가 안된 물건이 여기 저리 흩어져있다.  남편과 시동생 시누이가 또 모여서 한바탕 밭을 정리하는 중이다. 






동네 가운데 위치한 우리 밭에 동네 사람들이 오고 가다 들린다. 지나가다 눈 마주치면 "어서 오세요 찬 한잔하고 가세요" 그렇게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형제는 누구라도 "안녕하심니꺼~ 산책가는교? 오가다 들리시소~" 인사를 나눈다. 주말마다 내려가면 그때그때 만나는 이웃들이 많아진다. 어젯밤 ktx 타고 온 남편을 픽업하러 나갔다. 우리 밭에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고, 나무를 옮겨 심고, 밭을 삽질한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울산에 같이 못 갔더니... 



울산 모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부부가 멸치 회와 기장 생미역을 엄청 가져와 온 식구들이 맛나게 먹었다는 이야길 전해준다.  밭을 지나다닐 때마다 빠지지 않고 우리 하우스에 오는 동네 동생인 교장쌤이다.  동네 소식을 전해주는 교장쌤은 날 보면 자연스럽게 "형수님"이라고 부른다. 온 동네 사람이 형수고 재수 씨고 어머니고 아버지다. 산책 삼아 지나다 들리면 "형수요 커피 한 잔 주소" 아니면 "어 막걸리 있네 한잔 주소" 그렇게 만나진 동네 이웃이 점점 늘어간다. 우리 하우스가 동네 사랑방이 되어간다. 마을 사람들도 우리 밭에 사람이 있으니 좋다고 하면서 오가며 손을 흔들다. 그러면 언제나 우리 형제들은 들어오세요. 그렇게 이웃이 점점 많아진다. 우리 밭은 동네 사랑방이 되어간다. 참 좋은 일이다. 



어차피 비닐하우스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데 자연스레 만들어지겠다. 다음 주도 일정이 있어 울산 엘 못 가는데 아쉽다. 아~ 이제 울산 집보다 밭이 더 좋다. 아파트보다 밭에 어울림이 더 좋다. 봄꽃도 피는데 어야 가고 싶은데... 식구들과 어울려 삼겹살 구워 먹고 동네 이웃들과 정담도 나누고 막걸리 한 잔에 한주의 피로를 물고 싶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시골 체질인가? 하하하 



정년을 하거나 노후를 보내려고 우리 동네로 이사 오는 분들이 점점 많아진다. 새로운 이웃이 생긴다. 우린 시댁과 가까워 형제들이 둘레둘레 있는 터라 한 다리 건너면 누구누구의 후배고 동기다. 시누이의 친구 오빠고 남편의 후배이고 시동생의 친구 누나이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이리저리 연을 맺고 있다. 시골 살이가 그런가 보다. 식당을 가도 안 걸리는 데가 없다 공향이라 그런가 보다 난 그래서 더 좋다. 도시인 친정보다 시댁의 정겨움을 더 좋아한다는 동생들의 핀잔이 싫지 않다. 



봄꽃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피어난다. 내 맘에도 시골살이의 씨앗이 자라난다. 어서 가서 흙냄새 맡으며 나물 캐고 싶다. 


내 맘에도 봄 오나 보다.



#봄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30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