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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08. 2024

기억소환, 넘치는 핸폰 사진들 우야노?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렇지 않게 화면을 쳐다본다. 모르는 번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볼 때면 일단 멈춤이다. 02나 070이 뜨면 자동으로 패스한다. 요즈음은 핸드폰 기능이 좋아 광고나 홍보, 여론조사 이런 문구가 뜨면 이 또한 패스다. 그러나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는 그냥 패스할 수가 없다. 학원 상담인가? 하는 맘이 들어 초록색 통화를 클릭하게 된다. 



"여보세요"라고 한마디 했는데 "내 누군지 모르겠나?"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라? 저장되어 있지 않는 번혼데 누구지? 기억을 소환한다. 목소리부터 다시 들어본다. 아~ 생각이 안 난다. 핸드폰을 바꿀 때 날아가 버린 전화 번혼가? "내 번호 지웠나? 저장 안 해놨나?" 음... 생각이 안 난다. 사투리다. 이쯤 되면 친구란 이야긴데... "내다 기윤이..." "엄마야 반가워라, 그동안 우예지냈노?" 한순간에 모든 기억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뻥튀기 펑하고 터지듯 한다. 



10년도 넘게 연락을 안 하고 지냈나 보다. "지금도 수원 영통에 살고 있나?" 우린 묵은 수다를 푼다. 익숙한 목소리 그래 맞다. 처음 성남으로 이사 왔을 때 아들이 5살이었나? 6살이었나? 그때 이웃해서 살던 친구다.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라 우린 금방 친해져 날마다 만나고 날마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마치 형제처럼 지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르는 세상이다. 어느 날 카톡에 내가 떴다고 한다.  SNS를 이리저리 뒤지다 내 블로그를 보고 나의 생활을 짐작했다고... 여전히 바쁘게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다 같다고... 하하하 그랬구나. 묵은 친구를 잊고 지낼 때가 있다. 광고나 홍보 문자가 오면 습관적으로 수신차단을 해버린다. 그래도 나가지 않은 동창회 문자는 친구들 소식이 궁금해 그냥 두었다. 참석은 안 해도 친구들 소식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잊혀버린 수많은 인연의 사람들이 있다. 잊으래야 잊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어도 만나고 싶은 추억의 친구들도 있다. 



국민학교 때 같은 집 살았던 "영도"가 보고 싶고, 중학교 때 "경미", 여고시절 "명진"이도 궁금하다. 경미는 자궁에 문제가 있어 출산을 할 수 없었다.  여동생이 대리모로 아이를 출산해 줬다, 내가 불임으로 애태웠기에 오랫동안 연락이 오갔다. 하나 지금은 소식이 끊어져 궁금하다. 중학교 때 키 작은 경미를 오마이스쿨인가? 예전에 동창을 찾는 사이트서 찾아봤으나 못 찾았던 기억이 있다. 간호사인 명진이도 결혼 후 소식이 끊어졌다. 횟집을 하던 명진이네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엄마를 통해 듣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졌다. 지금도 그리운 친구들이 있다. 보고 싶고 궁금하다. 국민학교 때 중학교 때 친구는 어린 시절 이웃해서 살아 식구들이 모두 다 알고 지냈다. 언니 동생 엄마 아버지 모두를 기억한다. 근데 지금은... 모른다.



기윤이 엄마의 한 통의 전화는 그리움과 보고픔을 툭하고 건드렸다. 잊었던 추억을 소환하고 싶어졌다. 묵은 앨범을 어디 뒀더라... 요즈음은 거의 스마트폰이라 사진이 수천 개가 저장되어 있다. 저장된 사진을 보다가 갑갑해진다. 아우~ 사진 정리를 해야겠구나 날 잡아 정리를 해지 수천 장의 사진이 정신이 없다 언제부턴가 사진 정리를 안 하고 있었다. 예전에 필름 사진은 하나씩 앨범에 정리되어 연도별로 한 권씩 보기 좋게 책꽂이에 있다. 언제부턴가 핸드폰에 사진을 저장하면서 사진 양도 많아지고 정리도 미루었다. 여행 간 사진을 찾다가 어디에 저장했는지 잊어버리기도 하고 한다. 클라우드에 저장한 사진들 한번 싹~ 정리하고 버릴 건 버려야지 마음만 먹고는 통 실행을 못하고 있었구나. 



가끔은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어는 소확행의 순간이 필요하다. 잊고 지낸 친구의 전화 한 통은 25년 전으로 데려간다. 타임머신이 없어도 그날 그때 그 시간으로 맘껏 돌아가 본다. 아파트 그늘진 벤치, 아이들이 올망졸망 뛰어논다. 남자아이들이라 땀을 뻘뻘 거리며 놀이터에서 공터에서 뛴다. 유치원생인 아이들이 같은 유치원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도 이쁘다. 지나고 나니 노란색 유치원 체육복도 귀엽게 저장되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기억 소환되는 날은 마냥 즐겁다. 핸드폰의 넘치는 사진들을 우야노? 사진 정리!  메모지에 크게 써서 책상 앞에 붙여둔다. 또 까먹을까 봐~ 그리고 생각한다. 기억하고 싶은 사진을 현상해서 앨범으로 둬야겠다. 어느 날 사진을 다 날려버린 기억으로 차꼬 싶어도 못 찾는 사진들이 있지 않는가? 아들 어릴 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여행 사진이 도망가고 없다. 어디다 뒀는지? 기억하고 싶은 사진들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좋겠다. 스마트하게 클라우드에 저장해 뒀다고 했는데... 없다. 구글포토와 클라우드를 찾아 하나씩 정리해야겠다.



때론 스마트함보다 아날로그적인 수고로움이 더 편하다. 사진앨범처럼 한 장 한 장 손으로 만져지는 그 느낌이 소중하다.


사진 정리 날 잡아해야지. 








                                          © iamromankraf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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