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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09. 2024

사진 성형 후 흔들리는 마음


사진을 보다 잠시 멈칫 한다.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얼굴도 변하나? 어라 분명 나인데 나 아닌 듯 낯선 나를 만날 때가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 당연한 말이다. 세월이 흐른다는 건 나무가 자라 아름드리가 되는 것이다. 자라고 자라다 풍파 속에 쓰러지거나 좀 삐뚤게 자라도 그런가 보다 하고 쳐다본다. 인생도 그런 건가? 성형을 한 것도 아닌데 내 얼굴에 내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큰 형님이 몇 해 전부터 의느님의 손을 빌려 주름을 펴고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비롯한 살짝 설형을 한다. 나보다 6살 많은 형님이 나보다 팽팽한 얼굴로 지낸다. 설날엔 쌍꺼풀 수술로 눈 처짐과 눈썹이 눈을 찔러 불편하다고 다시 의느님의 손을 빌렸다. 명절에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이 수술 자국으로 낯설었다. 새로 생긴 쌍꺼풀은 아직 적응이 안 됐다. 시간이 지나 점점 부기가 가라앉은 걸 보니 점점 젊어진다. 



사진 속 나를 보면서 자체 성형을 해본다. 요즈음 사진은 편집 기술로 살짝 보정을 해보는 기능이 얼마나 좋은가? 쳐진 눈꼴도 올려보고 피부의 주름도 좀 지우고 눈을 키우고 입술색도 칠해보고 이건 사진 성형이다. 내가 사진 의느님이 된다. 젊은 시절 나와 좀 다른 내가 된다.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나도 살짝~ 형님처럼 하고 싶다고 했다. 펄쩍 뛴다. 자연산 그대로 살자고 주름도 이쁘다고 괜찮다고 겉모습보다 속 모습을 가꾸자고 한다. 아우~ 고리타분한 영감님 같은 설교가 이어진다. 울 아버지 같다. 아들에게 동의를 구해야지. 아들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하시라 한다. 역시 신세대다. 자기 얼굴은 자기가 책임지는 거라며 원하는 걸 해보라고 한다. 겉모습이 어떠하든 엄마는 엄마로서 소중한  사람이니 스스로 당당할 수 있게 하라고 한다. 



뭐야! 두 남자가 다른 의견이다. 늘 사진을 볼 때마다 망설인다. 살짝 주름을 펴볼까? "할머니 같은 원장 선생님보단 그래도 관리를 하는 게 좋지" 속맘이 올라온다. 큰 형님께 전화를 한다. 동의를 구하고 싶은 맘이다."동서야 대럼이 펄펄 뛰면 어떻노. 몰래가서 살짝 하면 되지. 하고 나면 머라카겠노?"  아하! 몰래 가서 살짝? 무딘 남편이 못 알아볼래나? 



주름진 사진 한 장과 화장대 거울에 비친 내 얼굴과 정면 대결을 한다. 그리고 보정한 핸드폰 속의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젊어지고픈 마음이 왜? 생겼지? 주름이 왜? 미워졌지? 온갖 생각이 오고 간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공자님 말씀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성형은 이미 일반화되었다. 중고등학교 학원생도 방학이면 점 빼고 쌍꺼풀 하는 건 예사로운 일이다. 세상이 표준 미인이 많아지고 있다. 



있는 그대로 살자. 얼굴에 손대지 말자. 어느 연예인이 자신 있게 당당하게 주름지게 방송활동 활동을 할 거란 말에 박수를 보냈다. 나는? 나도? 그랬는데... 



사진 성형 후 좀 변한 내 모습이 좋은 건 나도 의느님을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 한쪽 맘은 있는 그대로 자연산으로 살다 가자. 당당하게 자신 있게 속사람 성형을 하면서 말이다. 겉모습보다 속 모습을 가꾸며... 남편의 주름진 얼굴을 쳐다본다. 같이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짝꿍이 있으니 위로받으며 좀 더 지내보자 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형님의 속삭임은 내가 하고픈 말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성형해야 할래나? 점 빼고 절개하고 조금 달라진 나라면 세상살이가 뭔가 달라질래나? 한 장의 사진이 불러온 어수선한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속사람 성형하고 마음 성형을 하는 게 맞을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한데... 치이~ 별 노무 생각이 다 든다. 사진 성형 후 혼자 난리 부루스다. 



성형... 일반화됐잖아 살짝? 내일 상담받으러 가볼까? 유혹의 목소리가 귓가에 간질거린다. 어쩌지? AI로 사진을 재 편집해 본다. 아우~ 낯설다. 그래도 나만의 아바타 하나쯤은 가지는 시대 아닌가? 어수선한다. 아파트 밖에 벚꽃이 한창이다. 너무 이쁘다 자연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로 최상의 아름다움인데... 나 왜 이러지?



성형!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형 #할까말까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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