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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10. 2024

동상이몽 (챙겨주고 구박당하고...)


감기 탓인가? 머리가 띵하다. 퇴근하는  남편이 삼계탕을 포장해 왔다. 먹으라고 포장을 풀고, 냄비에 다시 한번 끓인다. 입이 까끌까끌 거린다. 목구멍으로 아무것도 넘기고 싶지 않다. 남편은 화를 낸다. "당신을 위해 내가 사 왔는데 왜 안 먹어 좀 더 먹어봐" 남편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화를 낸다. "귀찮아 그냥 쉬고 싶어 먹고 싶지 않아" 일부러 아내가 좋아하는 맛집까지 다녀온 남편은 이내 화가 올라온다. "챙겨줘도 뭐라 그러니 이제 아프다 소리 하지 마" 아내는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으라는 남편이 보기 싫다. 몸이 아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이내 집안의 공기는 차갑기만 하다.



뭐가 문제일까? 남편은 아내를 위해 일부러 맛집을 찾아가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삼계탕을 사 왔는데 아내는 왜 화가 났을까? 결혼 한지 20년도 넘은 부부인데..  서로를 잘 알고 이미 네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일심동체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지? 



우린 착각을 하고 있다. 결혼 6개월 차 부부는 90%의 공감도를 가지고 있지만 결혼 20년 차 부부는 오랜 산 세월이 무색하게 40% 공감도를 가지고 있단다. 결혼 초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상대가 싫어하지 않을까를 먼저 염두에 둔다. 그래서 늘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고 체크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우선해 준다. 함께한 세월이 많은수록 당연히 내 맘과 상대의 마음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레짐작을 하는 것이다. 



남편의 배려는 자기중심적이었다. "내가 이럴 사 가면 아내가 좋아하겠지" 이럴 땐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당신 지금은 몸이 어때? 뭐가 먹고 싶어? 뭘 좀 사갈까?" 그래 내 맘이 아니라 아내의 마음을 먼저 읽고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다. 내 맘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아내의 맘이 내 맘과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다. 



참 잘 안될 때가 있다. 당연히 내 맘 같을 거란 착각을 할 때가 많다. 



어느 노부부가 이혼하기로 했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는 황혼 이혼을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노부부는 또 싸운다. 할아버지는 "자 이거 먹어봐" 닭다리를 할머니에게 건넨다.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낸다. "이놈의 영감아!  난 닭다리 싫어해,  난 닭 날개를 좋아하는데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건 영감탱이가 먹고 나보고 닭다리를 먹으라고... 끝까지 자기 맘대로 하네" 할아버지는 놀란다. 할아버지는 닭다리를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언제나 할머니에게 닭다리를 먹으라 하고, 본인이 닭 날개를 먹어온 것이다. 뭐가 잘못된 걸까? 소통의 오류이다. 



동상이몽이다. 같은 상황 다른 생각인게다. 분명 서로를 위하고 있는데 전혀 배려하지 않음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동상이몽인 부부가 하나둘이 아닐 테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아니다. "부부는 이심 이체인 것이다. 그는 그 나는 나이다" 두 몸은 두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자. 그러면 상대에게 질문하고 물어보면 될 것이다. 내가 원한다고 상대가 똑같이 원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때로 맘이 어긋날 땐 우리 사이의 소통의 오류가 뭐였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마의 착각으로 상대를 더 힘들게 하지 않았나? 또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맘의 불편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긴 세월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다고 다 안다는 건 착각이다.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이다. 경청이다. 서로의 오해를 줄이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내가 아플 때 간단한 전화 한 통이 우선되었다면 어땠을까? 할아버지가 자기가 좋아하는 닭다리만 생각하지 않고 할머니에게 뭘 좋아하는지 한 번만 물어봤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살면서 쌓인 여러 경험들이 누적되었겠지만 그래도 한번 질문하고 잘 들었다면? 동상이몽의 오류는 각도기 같다. 처음엔 아주 작은 틈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각도기의 각은 점점 더 벌어진다. 



남편은 유난히 국수와 밀면을 좋아한다. 난 밥이 좋다. 우리 부부는 밥파, 밀가루파 확실히 다른 성향이다. 먹는 걷도 동상이몽이다. ㅎㅎㅎ "여보 오늘 점심은 나가서 먹을까?" "좋아요 근데 뭘 먹지" 잠시 고민을 한다. "당신이 먹고 싶은 게 뭐지? 난 새로 생긴 메밀칼국수가 어떨까? 싶은데..." 남편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으로 말한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소리다. "또 밀가루 음식을..." 남편은 이내 눈의 대화를 읽는다. "당신 먹고 싶은 데로 갑시다. 난 아무래도 좋아" 슬쩍 남편의 눈을 쳐다본다. "지난번 갔던 생선국수 어때요? 밥 한 공기 추가해서 먹읍시다" 남편 얼굴이 환하다. 



결혼 후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 착각으로  소통을 게을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변화하는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말부부로 지낸 세월이 오래되다 보니 서로 착각하는 부분이 쌓이고 있었다. 대화다. 굳이 말로 안 해도 눈으로 몸짓으로 좀 더 이해하고 보듬는다. 세월 갈수록 남는 건 배우자뿐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미우나 고우나 내 옆지기가 제일이다. 때때로  동상이몽일찌라도...





핑크빛 사랑으로 시작한 사랑이 사는 동안 더 짙은 분홍빛이길 바란다. 봄이다. 벚꽃이 한창이다. 바람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린다. 운전하는 창밖으로 파란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든다. 눈에 보이는 거리가 모두 핑크빛이다. 제자인 나연이가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진천 농다리 갔다가 벚꽃이 너무 이쁘다고...   나보고 그림 그려보란다. 헐~  핑크빛 봄이 저물기 전에 봄나들이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오늘은 선거일이다. 아침 일찍 투표하고 옆지기랑 꽃구경 다녀와야겠다. 점심은 메밀칼국수가 좋겠다. 





#동상이몽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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