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11. 2024

니는?


인간의 욕심은 참 끝이 없다.



20대 청춘이라 불리던 꽃다운 나이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와 한 침대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임신을 하고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자동으로 기도를 한다. 초등학교 들어가는 아들의 뒤꼭지에 학교생활 재미있게 하렴... 중고등학생이 되자 사춘기 무사히 지나고 대학만 들어가 주렴. 취직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참한 여자친구 만나 결혼하고 이쁜 가정 꾸미려무나... 세월이 갈수록 딱 하나만 바라던 것이 점점 늘어난다. 



기도 제목이 하나씩 증가한다. 자꾸 바램만 집어넣는다.  빼지 못하는 공기가 펑 하고 터질 만큼 바램이 욕심이 되어간다. 배부른 풍선에 바람을 좀 빼고 말랑말랑한 말랑이처럼 유순하게 부드럽게 살고 싶다. 마음은 원인데 자구 욕심이 따라붙는다. 



바늘 하나 손에 들고 부푼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날이 있다. 취업을 하고 회사 기숙사에서 마지막 총각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들 전화다. 투표하러 온단다. 어머나... 당연히 집에 들릴 줄 알았다. 투표만 하고 기숙사로 가서 쉬겠단다. 잉? 왜? 투표하고 집에 들렀다 얼굴 보고 가지..."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사 올래?" 미끼를 던져본다. 아들은 어제 회사 팀원들이랑 마신 술 탓으로 가서 쉬고 싶단다. 치이~ 서운함이 올라온다.



30분쯤 지났을까 삑삑삐~ 현관문이 열리고 아들이 들어온다. 손에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그럼 그렇지 다정한 녀석이 그냥 갈 리가 있나. 얼굴에 미소... 아들은 자기방에 들어가 기타를 둘러메고 나온다. 그리곤 기숙사 가서 쉬고 싶다고 가겠다 한다. 앉지도 않고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회식 후 팀장님에서 자고 이제 막 일어나 투표하러 온 거란다. 그리곤 쉬고 싶다고 ... 집에서 한숨 자고 가지... 붙잡고 싶은 맘이다. 근데 녀석 눈 언어는 가서 쉬고 싶다고 한다. 그래라...



혼자 남은 거실엔 아들이 사 온 아이스크림만 남았다.

서운함도 함께 남았다.

남편도 볼일 보러 나가고 없다

작은 집이 커진다.



"엄마. 하늘에 별이 안 보여요?" 아들 옆자리에서 생뚱맞은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아무렇지 않게 운전하는 아들을 쳐다본다. "무슨 소리야? 오늘 밤 별이 없나?"  창을 열고 하늘을 본다. "엄마 빛이 하늘을 가렸잖아요" 잉? 녀석~ 무심히 운전하는 녀석을 바라보고 마냥 웃는다. 그랬는데.... 집에 오자마자 가다니... 아들의 피곤한 얼굴보다 그냥 가버린 발이 밉기만 하다. 



서운한 맘에 전화를 한다. "무슨 일 있어?" "쉬고 싶어요. 앉으면 안 일어나고 푹 퍼질까 봐" 그러면 어때 집인데... 아무래도 허한 맘이 가라앉질 않는다. 무슨 일이 있나? 말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나? 그러니 바로 가버리지... 순간 멈짓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나? 친정 엄마께 전화를 한다. 아들이 그냥 가버려 서운하다는 이야길 한참이나 쏟아낸다. 이렇게 서운하게 할 수 있냐고 줄줄이 내 맘을 쏟아낸다. 엄만 가만히 듣고만 계신다. 아무 말씀이 없다. 자식이 이렇게 서운하게 해도 되냐고... 주절주절~ 



엄마 한 말씀하신다.

"니는...." 

그리곤 침묵....

무슨 말인가? "니는!" 엄만 아무 말씀이 없다. 나도 엄마께 서운하게 한 게 많다는 사실은 다 잊었다. 


"자식은 꽃인기라. 눈앞에 있으면 이뿌고 안 보이면 나무 인기라~" 이건 또 무슨 말씀인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할 때는 꽃같이 환하게 이쁘다가 눈에 안 보이면 잘 자라는 나무이겠거니... 하란다.  세월 지나면 그 나무 튼튼하게 성장하고 있을 거라고 하신다. "큰아야~ 자식은 그런기라. 서운해 말거라"



멍하다. 전화를 끊었다. 

"니는!" 눈앞에 글자가 둥둥 떠다닌다.



'너희는 형제의 눈에 든 가시는 보면서 너희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한다'라는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맞다. 내가 그랬네. 



                                            © nate_dumlao, 출처 Unsplash




아들이 커갈수록 엄마께 죄송한 게 더 생긴다. 엄마 보러 내려가야겠다.




#니는? #서운함 #자식은꽃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동상이몽 (챙겨주고 구박당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