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닐하우스에서 뭉친 고스톱 멤버. 아니 내가 울산을 내려갈 때면 자주 뭉치는 멤버들이다. 이번엔 일이 많아 4주 만에 집엘 갔다. 토요일 이른 아침 큰 시누이 전화가 울린다.
"올케 오셨는 교~" 형님이 콧소리에 나도 맹맹해진 애교소리
"네~에~ 형님 지 내려와씸떠 잘 지내셨지 예~"
"덕분에 잘 지냈심더~ 이따 작동올끼지예~"
"그람요 가야지 예" "먼저 가 있을 낀 때 퍼뜩 오이소, 내가 가지산에서 봄나물 잔뜩, 엉개순, 두릅순 가져갑니더~"
"엄마야~ 형님~ 아라씸더~ 퍼뜩 가께요~"
다정한 우리 형님 봄철이면 집 뒷산인 가지산에서 봄나물 캐서 식구들 먹인다. 이러니 울산 엘 자주 올 수밖에 작은 시누이 국물김치 담갔다고 나눠먹자 한다. 난 드릴 게 없다. 막걸리 몇 병에 음료수와 과자를 준비하고 비닐하우스로 달린다. 우리 비닐하우스는 동네 사랑방이다. 형제들이 모여놀기 좋게 꾸며 놓기도 했지만 위치가 6형제들 집 가운데라 모두 "모입시다~" 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말이면 집합이다. 바쁜 사람 안 와도 괜찮다. 모일 수 있는 식구들만 모여 미나리 삼겹살, 토종닭 두 마리..는 요즘 자주 먹는 메뉴가 된다. 어느 집에 김치가 담았다고 들고 오고, 멸치 회가 제철이라 들고 오는 동네 이웃 교장쌤, 아무거나 나눌 수 있는 건 뭐라도 부담이 없다
매일 하는 문장 공부가 있다. 자정이 되기 전까지 책에서 읽은 문장을 내 식의 문장으로 고쳐 단톡방에 인증하는 것이다. 근데 정성 들여 글을 생각하고 쓸 여유가 없다 고스톱이 한창이다. 낮엔 작은 시누이가 나 먹으라고 김치를 담아줬다. 내가 영~ 똥 손인지라 잘하는 시누이가 같이 수고를 해주는 바람에 시장 보고 다듬고 절이고 양념 만드느라 제대로 책을 읽지 못했다. 아니 문장 공부 까먹고 놀았다. 고스톱치다가 아차 싶어 후다닥 노트북을 켠다. 비닐하우스 안엔 대럼이 만든 테이블이 우리들 공부하는 책상이 된다. ^^
플라스틱 재활용 - 우리 돈통이다.
1) 원문장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다. 우리도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결핍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권태, 따분함, 지루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2) 나의 문장
비 내리는 비닐하우스 안에 고스톱을 치고 있다. 남편과 동서와 시누이 동서 동생과 함께 고스톱을 치는 중이다. 100원짜리 고스톱 속에 음담패설이 난무하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 비닐하우스 밖으로 새어 나간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필요 없다. 지금 이 순간의 충분한 행복이다. 물질의 풍요 필요 없다 권태 따분함 지루함 그런 게 뭔지 모른다. 쇼팬하우어 그만큼 철학도 없다. 고를 부를지 스톱을 부를지 그만한 지혜로움이면 족하다.
문장 공부인지 뭔지도 모를 급한 땜빵을 용서하소서...
주말엔 고스톱이 제맛이다. 유난히 막걸리가 맛있다.
쓰리고에 피박을 씌우고, 대통령도 한번 했다. 이 기분에 문장 공부가 웬 말인가? 하하하 돈도 2만 원이나 땄는데...캬~ 신고하지 마이소~
#고스톱아우스 #글쓰는피아노쌤 #주말힐링 #매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