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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22. 2024

공기 맛 참 좋다


잔칫집에서 하루 잘 먹었다고 배부름이 일주일 가거나 삼일 가질 않는다. 뭘 먹었는지 세세하게 하나씩 꺼내볼 수는 없지만 누구네 잔칫집 거하게 잘 차렸더라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주말 내내 깔깔거리고 웃음보따리 풀었다 다시 동여매고 나면 일주일 살아가는 힘이 된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냐고 뭘 먹고 그러냐고 물어보면 안 된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즐거웠는지 하나씩 꺼내 놓지 않아도 총체적 행복이었다 말하면 그만이다.



월요일 새벽은 일주일 스케줄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체크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차차 주말 인문학 공부를 빼먹었다. 북클럽서 북토론 잠시만 하다가 강의 들어야지 했는데 잠시 잠깐 사이에 놓쳤다. 요즈음 이렇다 잠시 잠깐 사이에.... 정신줄이 집 나갔다 들어온다. 기억해야 할 일들을 놓치고 중복되는 스케줄이 생긴다. 잘 잊어버려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면서도 다이어리를 잘 안 쳐다보는 오류를 범한다. 



치맨가? 깜빡증?  뭔가 잘 기억이 안 나.. 입에서  맴도는 말로 혼자 웅웅거리기도 한다. 그럴 땐 참 갑갑하다. 늘 두던 자리에 두던 차 키를 잠시 딴 대 올려두면 찾기가 쉽지 않다. 뇌세포가 하나씩 줄어드는 건지? 기억력의 감퇴인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아그런지 이노무 깜빡증이 생길 때면 자존감마저 떨어진다. 노화현상이겠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머니 차 키가 없다고 다시 들어와는 남편, 리모컨이 어딨지? 찾는 내 모습이 대동소이하다. 


동서네 친정엄마 안사돈 어른께서 치매에 걸리셨다. 총기가 좋고 음식 맛이 끝내주는 사돈어른은 우리 말로 최고였는데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신다. 매주 엄마를 만나고 오는 동서는 엄마가 가는 길을 우리도 가겠지? 체념한 듯 이야기하다. 



막내 아기씨가 집에 간다고 안녕하고 나갔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다. "언니 핸드폰이 바꿔 갔네 ㅎㅎ" 아무렇지 않게 바꿔간다. 아무렇지 않게.



옆에 있던 우리 모두는 당연한 듯 '그래 그럴 수 있어 잘가~'를 외친다. 단체로 이해한다. 치매와 깜빡증 그 중간 어디쯤은 아닐까? 정신 줄 놓지 말고 기록하고 다시 점검하면서 하루를 알차게 살아야지 다짐한다. 다이어리에 꼼꼼히 기록하고 잘 쳐다봐야지.



봄이라 살짝 내리는 비에 나무마다 잎이 방긋거리며 톡톡 새잎 신고한다. 우리 밭에도 봄이 한창이다. 가는 비를 맞으며 쑥을 캤다. 감기든다고 하지 말라는 식구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그래도 봄인데 쑥은 한번 캐봐야지.  다이소 비닐 옷이면 가는 봄비 정도는 너끈하다. 대럼이 우리 비닐하우스 옆에 작은 동을 직접 지었다. 짬짬이 만든 대럼네 비닐하우스는 올 때마다 뭔가 일이 진척된다. 일하는 게 재미있다는 대럼, 놀이터 만든다고 신나는 대럼이다. 한 주 한 주 우리 비닐하우스도 친구동이 생겨 활기차진다. 형제가 나란히 비닐하우스를 이웃한다. 우리 집은 1호 집 대림네는 2호 하우스이다.



쑥이 지천이다. 여린 쑥 거칠어지기 전에... 


그렇게 우리들 놀이터가 만들어지고 가족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장소가 된다. 봄비 내리는 비닐하우스는 운치 있다. 고스톱치고 막걸리 한잔하느라 우린 컨테이너에서 잠을 잤다. 물론 전기판넬 온도를 살짝 올려야 한다. 맨땅에 차갑게 자면 입 삐둘어진다고...



새벽 글쓰기를 하려고 4시에 일어나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나온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다르다. 시골 새벽이슬 맞은 공기는 온몸 전체를 목욕시킨다. 혈관 하나하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난다. 캬~ 이 맛이지. 그래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야지 하는 말이 맞다. 달다! 참 달다! 울산 엘 가면 아파트에서 자는 것보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는 게 훨씬 개운하다. 전날 막걸리 한 잔도 씻은 듯 개운하다. 공기 맛 최고다. 공기 맛 참 좋다!!



이러니 시골에 집 짓고 살고 싶어 한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심어놓은 모종들을 쳐다본다. 비에 세수한 작은 작물들이 방긋 이쁘기만 하다. 아기 웃음처럼 사랑스럽다. 




노후엔 공기 좋은 비닐하우스가 우리 집이 될 모양이다. 하하하 ^^  좋다, 비닐하우스에서 한밤 자고 나니 농사꾼이 된 것처럼 밟고 있는 땅이 보드랍다.



나이가 들수록 형제자매가 더 소중해지고 가족이 따뜻해진다. 본능인가? 흩어졌던 가족들이 점점 고향으로 향한다. 어릴 적 추억을 안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간다. 이만하면 족하다. 욕심내지 말고 우리 식구들 건강하게 즐겁게 좋은 공기 마시며 지금처럼....


주말 힐링 참 감사한 시간이다. 




#공기맛 #주말힐링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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