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잃어간다. 아니 무디어진다는 게 더 솔직하다. 거실서 소파에 누웠다. 그도 소파에 누웠다. 잠이 들었다. 그런가 보다. 일어나 다른 방으로 피해준다. 푹~ 자라고... 이렇게 무언의 대화는 일상이다.
새벽녘 뒤척이던 그가 내 다리 위로 오른발을 걸쳐 올린다. 니 다리진 내 다린지 ... 탁! 차버리려다가 몸을 슬그머니 돌려 다리를 뺐다. 바짝 다가오는 그의 얼굴 숨소리에 입 냄새가 원 플러스 원으로 기화된다. 등을 돌렸다. 키스의 달콤함 따윈 기억의 어느 구석에 있는지 모른다. 있었기나 한 건지 쯧쯧.
모래시계 100번은 더 뒤집어 놓을 만큼 지난날들이 저절로 승화된 사랑을 만들지 못한다. 세월이 약이라고? 개똥이다. 세월은 흐르는 물일뿐이다. 다시 오지 않는 냉혹한 사실이다. 어떤 말로 미화해도 이젠 안 먹힌다. 시인들의 미사여구도 흥칫뿡이다. 사랑 오르가즘은 고사하고 곰삭은 홍어 냄새다. 꾸리꾸리 하다.
어느 날 그가 잘 익은 수육과 김치를 준비하란다. 홍어를 사 올 모양이다. 덤으로 막걸리도 준비해 뒀다. 해롱해롱 그의 다리가 무겁지 않다. 술 탓이 크다. 이 맛에 산다.
독하게 머리 나쁜 아지매는 나무와 꽃과 계절과 함께 삶으로부터 배운다. 아니 삼합으로 배우는 인생이다.
#부부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