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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25. 2024

어느 여고생의 하루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몸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고 툴툴거리며 기침과 고열의 신호를 보낸다. 외로운 싸움을 준비한다. 일단 뜨거운 물 한 컵으로 예열하고 전쟁의 신호탄을 쏴 올린다. 온몸의 생기가 얼음 녹아내리듯 바닥에 흥건히 적시고 있다. 거실에서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와 식구들의 깔깔거림이 거친 사포같이 귀를 갉아낸다. 외로움은 사치다. 뜨겁고 거친 숨소리에 해열제를 퍼부어야 한다. 방전의 종착역 안내 방송이 나온다. 아~  갉아낸 귀에  피 난다. 


방바닥에 처박힌 몸은 손가락도 까닥할 기운도 없다.  이러다 숨이 멈추는가 보다. 스스르 눈이 감긴다. 뜨거운 호흡. 태아의 심장박동소리가 들리듯 내 심장의 파동 하나하나가 손으로 그려보자. 마지막 생기를 쥐어짜려 한다. 거친 숨소리... 손가락을 세우려다 쓰러지는 손끝의 주저앉음을 받아들인다.  피  흘러내리는 귀가 웅웅 거린다.


“은미야! 어여 일어나라~ 학교 안 갈 끼가?”


꿈인지 생신지 희미한 형광등이 보인다. 째각거리는 시계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직 이승인가 보다. 아무도 모르게 아프다 아무도 모르게 나았다. “젠장~ 왜? 자고 나면 몸이 가벼운 거야.” 아직 목숨줄 이어갈 이유가 있나 보다. 



귀를 만져본다. 피는커녕 귀청만 가득하다. 쳇!




- 어느 여고생의 자화상  - 




                                                            © flaviajessic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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