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역이다. 그를 보내고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둘이와 혼자 돌아가는 길은 서운하고 섭섭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그렇게 말한다. 머릿속 말이 가슴속 진심과 꼭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가 역에서 내리고 막 ktx 역사를 빠져나오려 하는 순간 느껴지는 자유는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다.
주말부부에서 평일부부가 되어버린 후 주말의 독립 시간은 아싸하다. 아직 그는 ktx 타지도 않았을 터인데... 어쩌나. 그도 나랑 같은 맘? 그래도 된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 2병과 치킨을 주문했다. 10분. 잠시 기다림이다. 치킨을 데우는 시간인가 보다. 편의점에서 치킨을 파는 걸 누가 사 먹나 했다. 치킨은 치킨집에 주문하거나 장날 가마솥에 튀겨지는 옛날 치킨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진짜 편의점엔 생각지 못한 편리한 것들이 많다. 편의점을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점점 이용횟수가 늘어간다.
편의점 치킨은 처음이다. 지난번 이마트에서도 치킨을 쇼핑한 적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물가가 비싸 엄두가 안 나는 요즈음. 주머니 사정 생각해서 먹을 만하다. 가성비가 좋다. 10분 기다리라 했는데 15분은 넘게 기다려 치킨을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 동네 gs 앱을 깔고 치킨을 주문하면 3000원 할인을 해 준다길래 기다리며 앱을 깔고 주문했다. 주인장은 말을 던져 놓고 바빠서 못 봐주니 알아서 앱을 깔으라고 한다. 좀 어려우면 그냥 정상가로 먹으라고... 뭐 그 정도야.. 순식간에 앱깔고 3000원 할인. 당연히 했다. 주말 할인이란다. TV 편스토랑 제품도 여기서 판매하는 구나.
편의점 앱을 이용한 주문도 처음이다. 점점 편리해진다. 주인장이 주문 바코드를 보여달란다. 보여줬다. 다시 쳐다본다. 내가 못해낼 줄 알았나 보다. 어머나... 이래 봬도 디지털 튜터 1급 자격증 소지잔데...ㅎㅎ 주인장은 바쁘다고 그렇게 말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면 대부분 3000원을 포기하고 정상가로 주문한단다. 그런가? 뭐... 오늘은 누가 뭐래도 룰루~ 콧노래가 나온다. 혼치맥 시간이 모든 걸 용서한다. 캬캬캬
남편은 내가 혼자 치맥을 할껀 모를꺼다. 굳이 야식으로 저녁으로 이리 먹는 걸 알릴 필요도 없다. 세월의 굳은살 배긴 부부는 그래도 된다.
피식~
치맥을 거실에 펼쳐놓고 대놓고 웃는다. 그를 사랑하는 거 맞다. 함께 있을 땐 뜨겁다. 혼자일땐 더 뜨겁다. 시원한 제로 칼로리 맥주에치킨 한조각. 야식이라 탓하지 말고 아싹한 한조각 입에 넣고 하룻밤 즐겨본다. 아들도 남편도 없이... 외롭지 않냐구? 외롭지 엄청...이러면 거짓말장이가 된다. 가족우선주의! 나의 지론이 무너진다. 뭐 잠시... 그러면 어때. 지금 외롭다치자. 까이꺼~
솔직히 혼자인 지금이 디따 좋다.
그도 아들도 눈앞에서 사라진 지금 이틀간의 자유는 1789년 프랑스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환호성 같다.
맥주잔에 하얀 거품+치킨 한 조각 나이스~~~
뭐 꼭 부부가 함께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 글치~ 독립만세 하면서 살아도 괜찮아.가...끔~~^^
꺼~억~
캬~
술 탓이다.
#혼자 #치맥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