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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pr 28. 2024

끈적한, 자극


서울 가는 날은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꽉 막힌 서울행 고속도로는 답답하지만 만날 멤버들 생각에 그까짓 거~ 하고 음악을 들으며 움직인다. 주말 고속도로는 참 대책이 없다. 어서 플라잉 카가 나왔으면 하고 바래본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차. 머지않아 상용화되겠지? 인간이 꿈꾸는 건 거의 다 이루어지지 않던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붕~ 떠서 하늘길을 따라 슝~ 목적지에 도착하는 ... 상상하며 운전하는 길은 지루하지 않다. 


차가 막히면 듣고 싶은 강의를 틀어놓고 들으며 운전하면 1타 2피의 효과다. 차가 막힐 때면 의례 유튜브를 검색 후 귀동냥 강의를 듣는다. 또 하나의 시간 활용은 밀린 전화를 하는 것이다. 요즈음 차는 스피커폰으로 통화가 되지 않던가. 듣고 싶은 목소리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친구랑 통화를 하면 지루한 운전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렇게 저속도로 주차장이 되어버린 서울행 고속도로를 지나 도착한 퇴계로엔 전유정작가님이 먼저와 기다리신다. 


책과강연에서 문장 공부 2기 팀이 모이는 토요일. 2주에 한번 오프라인 모임이다.


날마다 문장을 단톡방에 올려 서로를 문장으로 익숙해지고 있다. 글로 만나는 사람들은 글속의 작가님들과 이미 친구가 되고 의형제를 맺은 삼국지의 장수 같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2시가 되자 칼같이 시작된 문장 공부! 과제 에세이를 점검하고 리더 작가님이 뽑기를 하라고 한다. 하얀색, 파란색 카드 하나씩 뽑아서 그걸 키워드로 잡고 30분 이내에 글을 써야 한다.




내가 뽑은 키워드는 '끈적한.  자극' 두 장의 종이를 보고 일단 한번 웃는다. 연관 지어 글을 써라고라고라~ 음~ 주어진 시간 안에 얄짤없이 요 이 땅! 뭘 쓰나? 


끈적한.... 이런 단어는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데.... 자극.... 음~~


노트북에 손을 올리고 잠깐 고민을 한다. 뭐라도 써야 한다.




- 끈적한,  자극 - 




그와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다. 고 미술품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살짝 손을 본 모양이다. 디지털 시대가 주는 그림 재해석을 맛본다. 신윤복의 ‘월하정인’ 앞에 멈췄다. 그림 속 두 남녀는 달이 기울어가는 야삼경에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가야 하는데 몸이 기울어져 발과 몸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 있다. 


남편을 쳐다본다. 그림 속 그 남자다. 


대학 4학년 그는 집까지 날 바래다주고 그냥 집에 가질 못한다. 약수터를 더 걷자고 한다. 집에서 약수터로 약수터에서 집으로 자꾸 왔다 갔다 한다. 그냥 오간다. 밤이 깊어진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약수터에 가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가기로 약속한다.


약수터엔 아무도 없다. 약수터 커다란 나무 아래 비친 그이 얼굴은 이미 불타는 사자다. 얼른 약수 한잔 마시고 가야겠다. 그의 끈적한 눈빛이 무섭다. 덥석 손을 잡는다. 땀 범벅이다.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 집에 가자~” 콧소리 맹맹하다. 와락~ 그의 끌어당김. 꼼짝을 할 수가 없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의 심장이 터지려나 보다. 두근거림이 폭발 직전이다. 이럴 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 작은 자극에도 맹수로 돌변할 것이다.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혜원 그림 속 그녀가 가볍게 움직인다. 삐뚤어진 초승달이 싱긋이 웃는다. 

그인 저만큼 멀리 도망가고 없다. 빈 마음에 끈적한 자극만 남아있다. 

그는 바보다.



좀 끈적했나? 

문장 공부 재밌다.

돌아오는 길 룰루~ 콧노래. 




#끈적한 #자극 #문장공부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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