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철미 Jan 01. 2022

아픈 아들 병간호하며 맞는 2022년

처음 치고는 잘 하고있는 엄마노릇

조금 늦은 저녁시간.

식사를 마무리한 신랑이 나에게 달라붙어 안아달라 칭얼대는 둘째를 안아들고 짐볼을 타다가 갸웃 하더니 체온계를 찾는다.

찾아서 건냈더니 38.0도.

즉시 식사를 멈추고 목욕물을 평소보다 온도에 신경써서 받았다.

너무 따뜻해도, 너무 시원해도 안되니까.

다행이 컨디션은 좋은 아이.

미온수로 닦아내듯 아이를 씻기고 여름 반팔 슈트를 입혔다.

조금 지나니 아이가 칭얼거려서 눕혀 재우면서 열을 쟀더니 점점 올라 38.5도까지 올랐다.

이마에 해열시트 두장을 붙이고, 해열제를 약통에 아이 몸무게 맞춘 용량을 담아 바로 먹일 수 있게 준비하고, 몸 닦일 미온수에 적신 손수건 세장을 준비했다.

수유하며 잠든 아이의 몸을 닦아줘야해서 젖을 물린채(빼고 건드리면 바로 깨니까) 목, 겨드랑이, 배, 등, 사타구니, 무릎 뒷부분 몸에 따뜻한 부분은 계속 닦아주며 송구영신예배를 침대 위에서 드렸다.

2021년의 마무리는 이렇게.


2022년이 됐다.

나의 작고 소중한 아기는 아프며 두살이 됐다.

38.5도에서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아서

나도 깨워서 굳이 약을 먹이지 않고 닦아주는 걸로 버티고 있다.

그렇게 4시간이 흐르고

37.6도로 열이 떨어졌다.

목도 겨드랑이도 전처럼 뜨겁진 않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베개를 베고있는 쪽 귀는 더 높을 수 있어 완전히 마음 놓을 순 없지만

잠자는 아이가 편안해보이고, 숨결에도 열기가 덜하다.

이젠 또 여름옷조차 다 열고있어 추울까봐 걱정이 된다.

로션도 바르고 오일도 발랐는데 열나고, 손수건으로계속 닦아냈더니 건조한듯 한 피부도 신경쓰인다.

동생이 아파서 잠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등에만 붙어있는 첫째에게도 미안한 마음.


정말 아이들은 안 아프고 클 수 있으면 좋겠다.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신랑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난 여전히 아이들보다 니가 우선이야. 만약에 너랑 아이들 중에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널 선택할거야. 내가 희생해서 너와 아이들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고민의 여지도 없고. 하지만 내 목숨보단 아이들이 소중해서, 니가 그런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대신 아이들을 선택해주면 좋겠어”


다정하지도, 능청스럽지도 못한 사람이 담담히 건네는 진심은 울림이 오래간다.


첫째, 둘째를 키우면서 정신없이 사랑받고 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절대적인 존재였던 적이 없어서 이런 애정공세도 처음 받아봤다.

(고마운데 화장실은 좀 혼자 가자..)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모가 주는 사랑] 보다 [자식이 주는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해왔는데

신랑의 저 말을 들어보니 역시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맞나보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둘째를 안고

열을 재고 젖을 물리고 몸을 닦인다고 잠을 못 자고 있다.

열이 완전히 내리기 전까진, 아마 오늘은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


아이를 위함이 아니라면 돈을 줘도 힘들 시간들이 힘들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고, 열이 떨어질 수만 있다면 정말 괜찮은걸 보면,

아이가 열이나는 걸 안 순간 먹던 밥도 다 내려놓았다는게 새벽 두시가 돼서 출출한 이제서야 깨달아지는걸 보면,

물도 마시고싶고 화장실도 가고싶은데 내가 일어나면 아이가 금방 깰 걸 알기에 참고있는걸 보면


나도 내 나름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싶다.


새해에는 내가 못해주는 것들 생각에 미안해만 하지 않고

내가 해주고있는 것들을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내 아이들의 5살,2살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나의 35살은 얼마나 찬란할지

2022년은 더 설레고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2년 차 간호사 vs 5년 차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