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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Jan 18. 2022

올빼미 엄마도 밤수는 힘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우주로부터 너희를 지켜

아이 둘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게 뭐냐고 묻는다면  [잠] 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원래도 밤에 집중을 잘 하는 올빼미라서, 밤 시간을 좋아하고 잘 이용하는 편이었는데

임신을 하고나니 유독 밤에 잠을 잘 못 들었다.

임신해서 안 자면 애들이 잘 안 잔다고 하더니…

우리 아들 둘은 잠 자는걸 힘들어 한다.

첫째는 정말 하루에 20시간 정도를 안고 생활했던 것 같다.

아기띠를 한 채로 먹고, 싸고, 잤다.

너무 힘들어서 수면교육을 시도하다가 새벽 다섯시까지 자지 않고 버티며 우는 아이에게 두손두발 다 들고 그냥 내가 조금 더 버티자 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 처음은 다섯살이 되었다.

여전히 팔베개를 하고 자고, 자다가도 손을 뻗어 날 만지고 (촉감이 다르면 바로 기상), 내가 아닌 다른사람과는 잠들기 어려워하지만

그래도 내가 옆에 누워있기만 하면 이른바 [통잠]이란걸 자고, 내가 없는 어린이집에서 낮잠도 잔다.

이 사진은 얼마 전 여행 중에 들린 식당에서.

잠이 들었던 아이를 안고 들어갔는데 잠이 덜 깨도 아무데서나 누워서 절대 안 자던 아이여서 (차라리 짜증을 내서 어릴땐 식당에선 항상 안거나 업고 먹음) 애가 헤롱거리니까 여기 누우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에 냉큼 누워 30분을 더 자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고 뭉클해서 남겨둔 사진.


그렇게 편해졌건만, 둘째가 나왔다.

둘째는 정말 [잠] 빼면 이런 애는 열명도 키우겠다 싶을 정도로 순한맛인데, 이놈에 잠 잠 잠..

백일무렵 이미 10kg를 넘은 아이가 잠투정 한다고 몸을 뻗대고 울어재끼면 정말 손목이 너덜너덜하고, 겨우 재우고 숨도 안 쉬고 일어나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30초 컷으로 일어나버린다.

그래서 낮잠이든 밤잠이든 아이를 재우려면 나도 같이 누워야한다.

이 아이는 안고 재우는 것도 힘들고, 무조건 젖물잠을 하려고 드는데..

문제는 이가 빨리나서 본인도 모르게 잠결에 앙! 깨물기 일쑤고, 밤새 조금만 깨도 젖을 물어야해서 (5분간 지켜보라던데.. 1분도 안돼서 자리에 앉아버린다 ㅋㅋㅋ) 요즘 난 한 쪽 가슴은 아예 열어두고 잔다.

한 쪽은 첫째 팔베개, 다른 한 쪽은 둘째가 수유하는 자세로.


첫째를 낳고 만 4년, 임신기간까지 5년동안 밤에 안깨고 푹 잔 적이 있긴 했나..?

첫째도 돌이 지나고서야 통잠을 잤는데, 둘째는 밤에 아직도 서너번은 깨서(10개월) 통잠을 자는 날이 올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엄마들의 꿈의 시간 [육퇴 후] 의 삶은 없고 (같이 자야함), 이렇게 새벽에 가위눌린 듯이 양쪽에서 가슴을 머리로 눌러대는 압박감에 깨곤 하지만, 이런 시간들 또한 몇 년 후엔 그리워하겠지.

(지금은 좀 그리워하고 싶다)


밤에 잘 자야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는데…

이렇게 깬 새벽시간.

숨도 크게 못 쉬고, 아이들 눈 부실까봐 핸드폰도 번쩍 들어야해서 어깨도 아프지만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그냥 잃을 수가 없다.


5년 후, 10년 후

아이들이 내가 없이도 잘 잠드는 그 날이 오면

지금의 이 갑갑함과 뻐근함을 기억하고 웃으며 기꺼이 보내줄 수 있길.

지금은 그런 날이 기여코 오기에, 그때에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적게 들 수 있도록 내 양 겨드랑이 아래에서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의 가장 무방비한 이 시간을 든든히 지켜줘야겠다.

내가 옆에 누워있는 것 만으로도 잘 자는 사람이 이 세상에 둘, 아니 셋이나 있다니.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엄청난 힘이 생기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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