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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May 11. 2022

아이가 아픈 밤

고난이 고난이 아닌 이 밤

우리 둘째는 유독 기관지가 약하다.

돌 지나고 나면 한 일 년 정도? 애들이 많이 아프던데

유독 감기만 하면 폐렴으로, 모세기관지염으로 번진다.

거기에 중이염까지.


지난주부터 그렁그렁하는 소리와 함께

밤에 잠을 설치길래 짐작은 했지만

오늘 아침 진료를 보러 갔더니

큰애는 축농증으로

작은애는 폐렴에 중이염으로 진단을 받았다.


괜찮던, 아니 그런 줄 알았던 아이가

38도 밑으론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 해열제를 교차 복용시켰다.

지금도 해열제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가서 그런지

38도를 웃돌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잠들어도 잠결에 뜨끈해지는 아이를 느끼면 잠이 확 깨지만

어지간해서는 잠이 오지 않는다.


수시로 아이를 만져보고 열을 체크하고

열이 오르겠다 싶으면 미온수로 닦아준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다.

억지로 시킨다면 돈 많이 줘도 억울하고 힘들 텐데

무보수라도 아이의 고른 숨소리에 감동까지 느껴진다.


나는 흔히 세상이 정하는 헌신과는 거리가 먼 욕심 많고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에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웠는데

이렇게 아이들이 아플 때면

스스로도 [꽤 헌신적이고 자상한 엄마],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내 전공이 유용한 전문가라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엄마는 없다.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 사랑을 받으며 커왔고

사랑을 쏟아서 키울 것이다.


이제는 제법 덩치가 커져서 내 품을 파고들 때면 조금 버거운 첫째와 뜨끈해지면서도 내 품에서 잠드는 둘째를 꼬옥 안아주며 기도한다.


하나님, 제가 넘치게 부어주는 사랑을 이 아이도 알게 해 주세요. 이 아이의 마음에 닿게 해 주세요.

이렇게 사랑받은 경험을 안고 세상에 나가서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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