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육아휴직 후 15개월만에 복직했다.
첫째땐 사람이 없다고 한 달만 일찍 와달라는 부탁에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라 2주를 일찍 출근했었다.
그리고 당연한듯이 내 자리를 모두의 환영을 받고 들어갔다.
그래. 일이 힘들어도 간호사는 이게 너무 큰 장점이지 했고
복직하니 책상이 없어졌다, 환영받지 못해 눈치가 보이더라는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였다.
복직하기 4일 전 수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있던 부서에 정원이 다 차서 부장님께서 타부서로 로테이션을 하라고 했단다.
나는 거부할 수 있지만, 내가 거부하면 후배들을 로테이션 시킬거라고 하셨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 하려면 갑자기 쉬어야 할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아이가 우선이라며 배려해주신 수선생님 덕분에 그래도 수월하게 양가 부모님께 손 한번 안벌리고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타 부서로 옮기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
수선생님이 나에게 제시하신 방법은
일단 마취과(원래부서)가 아닌 스크럽(하는 일이 아예 다름) 으로 이름을 올리고, 스크럽 일 중에서 간단한 일들 위주로 하면서 마취과 인원이 빠지면 들어가는걸로 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1. 난 마취과 책임간호사로 소위 no.2이다. 그런 내가 다른 일을 해야한다는 것. 그것도 같은 공간 안에서.
2. 아예 스크럽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기때문에 마취과 후배들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그만두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3. 간단한 일이 보통 조무사님, 여사님들이 하시는 일을 하게되면서 간호사로써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인 이유는
1. 등하원 시간을 조절할 수 없어 출근 시간을 늦추기로 했고, 아이가 아프거나 행사가 있거나 할 때 수선생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었고, 해주기로 하셔서
2. 첫째 임신기간부터 지금까지 수선생님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고민을 덜어드리고싶어서
이 두가지였다.
어느정도 마음을 다잡고, 간호사 월급 받는 여사님이면 꿀이네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했다.
너무 익숙한 출근길, 병원, 그리고 사람들.
그 속에서 낯선 내 모습, 날 대하는 동료들.
다들 내가 안쓰러운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하나 어쩔 줄 몰라했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고자 난 더 유쾌한 척 해야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잘 해내고 싶었다.
스스로에게도, 수선생님께도, 동료들에게도, 처음보는 후배들에게도 다 괜찮다고, 나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하면서.
그와중에 아이가 아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열과 설사. 장염은 아니란다.
출근 이틀 차 아침.
새벽부터 40도가 넘는 고열이 약을 먹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 몸을 닦아주다 나도 지쳐서 욕조에 담궈버렸다.
컨디션은 좋은 아이는 물장난치며 즐거워했다.
내가 출근할 때 까지 39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걸 보며, 마지막까지 젖을 물리다 출근했다.
결국 아이는 입원했고
난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가는 중이다.
젖 말고는 아무것도 안먹는 내 아이에게
찌찌랑 혹시 입에 댈까 싶어 죽을 사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