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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Jul 22. 2022

너희 중에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져라.

똥이든 겨든 남에게 묻은 것보다 내 청결에 신경 쓰기

둘째가 입원했다.

월요일에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그 앞에서 또 망설였더니 원장님께서 선택지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셨다.

대학병원으로 전원 가야 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숨 넘어가기 직전이라고 당장 입원해서 혈관으로 주사가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 하셨다.

(애 컨디션이 좋아서 그 정도인 줄 몰랐다)


지난주에 이미 들어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온 수술이 마음에 걸렸지만 수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아이 입원절차를 밟았다.


입원기간은 대략 5-7일. 하지만 상태가 심해서 더 길게도 볼 수 있다 하셨다.

일주일 내내 오프를 쓸 수 없어 이리 고민하고 저리 고민하다 결국 시어머님께 부탁드렸다.

수, 목 이틀을 봐주시기로 하셔서 그날은 출근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자고 어머님과 교대하고 지하철로 뛰어가는데, 그날따라 유독

[미끄러우니 걷거나 뛰지 마세요]라는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복직한 이후에 저 계단을 내려가면서 뛰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확실히 단 한 번도 없었다.


퇴근하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마세요]라는 안내를 다시 만났다.


이렇게 뛰다시피 걸어 올라가다 사고가 나면 누군가는 꼭 그러겠지?

저렇게 가서 몇 분 번다고 하지 말란 짓을 하네 쯧쯧


맞다. 하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지.

하지만 융통성 없어 보일 만큼 규칙을 무겁게 생각하는 나에게 그렇게 번 단 5분은


퇴근 후 아이가 오기 전

달걀찜 정도는 해서 식혀두고 마중 나갈 수 있는 시간이고,

거실이라도 청소기 한 번 돌릴 수 있는 시간이고,

늦어서 태권도 차와 내 아이만 기다리지 않게 아이가 오기 전에 미리 가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 핑계로 난 수요일도 목요일도 뛰어서 출근하고 달려서 퇴근했다.




도와주셨던 어머님께서 목요일 저녁에 청도로 가시고 금요일인 오늘.

다행히 주사를 바꾸는 날이라 둘째 주사도 빼서 원장님 허락받고 첫째 등원을 함께 시켰다.


형아 만난 기쁨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둘째를 아기띠에 대롱대롱 매달고, 한 손은 그새 부쩍 커버린 것 같은 첫째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매캐한 담배냄새가 훅-

짜증, 분노가 확 솟구친다.


아니, 병원 그것도 소아과 앞에서!

유치원 입구도 있고, 조금 떨어져선 학생들이 줄 서서 버스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도 있고!

지하철역 입구 얼마까지는 법적으로도 금연인데

줄줄이 담배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니 아침부터 화가 난다.

기호식품인 콜라를 분무기에 담아 뿌리고 다니겠다는 댓글이 생각나면서 그걸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싫은데 이 꼬맹이들은 무슨 죄로 생판 남인 저 사람들의 기호에 건강을 해쳐야 하는가.

이 코로나 시국에 (전에 마스크가 의무일 때도) 저 사람들은 누가 저렇게 마스크 벗고 입으로 코로 뱉고 싶은걸 다 뱉게 허락해준 걸까?


그러다 정신이 들었다.

나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하지 말라고 저렇게 크게 적혀있는데 뛰고 또 달리잖아.

그게 누군가에겐 피해가 될 수 있을 텐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고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잖아.


그래. 맞아..

그래도 길빵은 싫고, 내 아이가 담배연기 맡는 건 싫지만.. 이해해보려 노력해야겠다.

아니 적어도 나는 깨끗하다 생각하며 눈빛으로 돌 던지는 그 에너지를 차라리 아이를 보호하는 데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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