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의 주파수를 서로에게 맞추는 밤.
낮에 물놀이를 하고 온 가족이 8시 전에 잠들었다.
평소처럼 양쪽 겨드랑이에 아이 둘, 다리 사이에 고양이 하나 끼우고 자다가
오른쪽에서 자는 둘째가 뜨끈해지는 게 느껴져 잠이 깬 11시 44분.
남편을 깨워 체온계를 받아 열을 재니 38.4도.
각자 분주해진다.
오빠는 해열제 두 가지를 준비하고
나는 해열 패치를 꺼내고 따뜻한 물수건을 준비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를 먹이고, 해열 패치를 붙이고,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무딘 편인 내가 모든 감각의 주파수를 아이에게 맞춘다.
해열 패치는 금방 반려돼서 ㅋㅋ 다시 기회를 노려 붙이거나 그냥 몸을 부지런히 닦아줘야 할 것 같다.
30분이 지나자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고 편해진다.
오늘 밤은 이렇게 긴장하며 자는 둥 마는 둥 하겠지만 4시간 가까이 푹 자고 일어나서 괜찮다.
아픈 애를 괜히 물놀이 데려가서 젖은 아이를 에어컨 바람 밑에 둔 내 잘못이라 자책이 들었지만
세상 무딘 내가, 잠들면 잘 못 일어나는 내가 아이가 열이 오르니 일어나 열이 더 오르기 전에 약 먹일 수 있었으니 괜찮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오롯이 내가 아픈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지만 빨개진 볼, 여전히 짧아서 물수건 넣기 불편한 목, 내 품을 파고드는 통통한 손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으니 괜찮다.
혼자서는 긴긴밤, 남편도 다시 잠들었지만 고양이 하나는 아픈 아이 옆에 찰싹 붙어서, 하나는 아이가 닿지 않지만 내 손길이 닿을 거리에서 함께해주니 더없이 괜찮다.
해열제 하나로 열이 떨어져서 괜찮고
항생제가 포함된 약도 집에 있어 괜찮고
일요일도 진료 보는 소아과가 가까워 괜찮다.
탈수가 제일 무서운 애미 걱정할까 봐 두 번이나 물 물 하고 일어나서 제 발로 걸어가 물 마시고 돌아와선 금방 잠드니 괜찮다.
월요일에 들어가기로 한, 배우고 있는 수술 생각부터 한 워킹맘이지만
아직 주말이 하루 더 남아있으니 괜찮다. 괜찮다.
첫째도 그랬다.
잠잘 때 내 몸 어딘가가 닿아 있어야 잠들었고
떨어지면 30분 안에 일어났다.
육퇴 후에 넷플렉스 보면서 야식 먹는 건 나에겐 꿈같은 이야기.
(그것까지 했으면 엄마가 너무 살찔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건가 싶었다)
둘째는 더 심하다.
화장실 잠깐도 용납이 안되나 보다.
일어나려고 마음먹고 몸을 떼는 과정에 벌떡 일어나버린다.
그냥 아이가 잘 땐 옆에 팔 하나씩 나눠주고 불편하게나마 핸드폰 하는 게 육퇴 후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시간이 흐르니 첫째는 어지간해서는 다시 깨지 않는다.
둘째가 이만큼 크고 나면 나도 내 시간을 좀 가질 수 있을까?
지금 두 살, 큰애는 다섯 살.
3년 정도 지나서 나 없이도 잘 자는 아이들을 보며 헛헛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오감이 나에게만 향해있는 아이에게 내 오감도 맞춰본다.
팔 위로 전해지는 너의 목 뒤 체온과 내 허벅지 위에 올린 양 발의 체온, 숨소리의 리듬과 아직은 따뜻한 너의 숨 냄새.
이 모든 것을 오롯이 느끼는 밤이 버겁지 않기를.
곤히 자고 있는 나의 첫째에겐 항상 같은 그냥 그런 밤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