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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Jun 06. 2022

소중한 내 새끼 피 한 방울

간호사 경력이 엄마 경력은 아니더라

둘째가 입원했다.

첫 입원, 첫 피검사, 첫 혈관주사.

다 처음 처음 처음.

그리고 이제 퇴원을 앞두고 있다. (내일 오전 예정)


입원 준비할 때 내가 없었는데

반차 쓰고 뛰어온 날 보고 울다가 달려와 안기던 내 작고 소중한 아기는

왼손에 붙여진 반창고(혈관주사 실패한 곳)와 혈관주사가 연결된 손을 번갈아 가르치며 연신 아팠다고 어필을 한다.

그 모습이 귀엽고 짠해서 꼬옥- 안아주며 그동안 첫째 눈치 보느라 못 해줬던 우쭈쭈 우리 아기 아파쪄요? 해줬다.


입원 첫날 밤 수액이 있어 어찌나 신경 쓰이고 불편한지 우리 둘째도 잠을 설치고 나는 꼬박 밤을 새웠다.

그리고 둘째 날 저녁 항생제를 맞고 나서 수액이 안 들어가길래 반창고 열어봤더니 주삿바늘이 다 꺾여서 반쯤 나와있다.

다시 넣어 보겠다고 애쓰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그게 더 아플 것 같아 울컥 화가났지만, 최선을 다하고 계실 거라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표정관리를 했다.

결국 라인을 빼야 했고, 다시 꽂자는 선생님께 잠이라도 편하게 자도록 내일 아침에 다시 꽂으면 안 되냐고 부탁드렸다.

흔쾌히 오케이 해주셔서 밤에 편하게 자고 다음날 아침에 깨끗하게 샤워도 시켰다.


그리고 다시 주사 꽂으러 갔는데

양 손등에 이미 꽂았었기에 난 팔꿈치 쪽에 하시려나 했는데 오른손 엄지손가락 쪽 팔목에 주사를 잡아주셨다.

그 위치에 수혈을 받아봤기에 얼마나 아픈지 알지만, 한 번에 하고 싶을 마음이 이해가 가서 뭐라 불만을 표현하기 힘들었다.

또 참았다.

피검사 나가는데 주사기로 안 뽑고 주삿바늘 꽂힌 팔을 주무르며 피 뽑는 것 보면서는 표정 관리가 힘들 지경이었는데

계속 참았다. 그들 만의 방법이 있겠지.


주사 꽂은 후로는 계속 그쪽이 불편한지 입으로, 손으로 뜯으려고 하고

나에게 불편하다 어필한다. (말은 못 하지만 자기표현이 확실하다)

먹을 것 갖다 주러 잠시 들린 아빠랑 형아 보고 신났을 때 빼곤 계속 칭얼대고, 몰래 뜯으려다 저지당해서 분해하고(부들부들 함ㅋㅋ) 그런 아이의 관심을 돌리려고 비가 쏟아지는데 바깥에 나갔다가, 노래도 불렀다가 별 쑈를 다 하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중간에 자꾸 당겨서 다시 고정하러 가기도 했다.

오후 8시에 마지막 항생제를 맞으니 죄송해도 안 되겠다 내일 아침 다시 잡더라도 일단 빼 달라 해야겠다 마음먹었는데

결국 6시쯤 주사를 빼버렸다.

흰 티를 입고 있는 내 옷에, 바닥에 아이의 피가 뿌려졌다.


몇 방울의 피가, 왜 그렇게 화가 나고 큰 일처럼 느껴졌는지.

육휴 기간 빼고도 10년을 훌쩍 넘게 수술실에서 피 보고, 냄새 맡으며 일해온 나에게 피 몇 방울 묻는 게 무슨 대수라고. 일 하면서는 덮어쓰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첫째 땐 15개월에 이제 밤수를 끊으라는 소아과 원장님의 추천으로, 아니 정확히는 직수를 끊으라는 말씀에 (치아 때문에 빨아먹는 게 안 좋으니 유축해서 먹이는 건 상관없다 하셨음) 이제 단유 하자! 하고 아빠랑 며칠 자고는 단유를 했었기에

둘째 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12개월부터 연습해서 겨우 밤수를 끊었는데

(여전히 밤에 깨지만 토닥이면 자는 정도.. 안 주니까 끊은 거라 믿음ㅋㅋㅋ통잠은 언제 자나..?)

이번에 아프면서 식음을 전폐하셔서 탈수 올까 봐 인간 쪽쪽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물렸더니 잘 때도 당연히(?) 물고 잤다.

3달 연습했는데 하루 만에 와장창.


내일 퇴원을 앞두고

오늘부터 다시 밤수 끊기로 (나 혼자) 다짐했다.

거센 반응을 예상한 것 반, 했던 거니까 수월할 수도 있다는 기대 반으로

자다가 11시 반쯤 깬 아이에게 이제 잘 땐 안 주고 안아줄 테니 다시 잠들자고 괜찮다고 토닥였는데

점점 거세지는 울음에 아.. 집 가서 할걸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걸 그만둘 순 없는 노릇.


꼬박 한 시간을 울며 몸부림친 내 아기.

말 그대로 몸부림인 게, 그냥 울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 아니라 앉아 있다가 몸을 뒤집으며 머리를 쿵쿵 바닥이나 벽에 박거나, 딱따구리처럼 얼굴을 내 가슴, 배에 쿵쿵 박고, 그것도 아니면 본인 머리랑 얼굴, 귀를 손톱으로 긁고 꼬집는다. 내가 손으로 얼굴과 귀를 가리면 내 팔과 손을 꼬집는다.


치열한 울음 끝에 아이는 지쳐 잠들고

나는 가슴(명치 부분)과 팔 등 긁히고 꼬집힌 부분이 화끈거려 쉬이 잠들지 못하고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안아 토닥토닥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릿한 피 냄새가 난다.


얼굴을 쿵쿵 박다가 입 안이 다 터졌나 보다.


그걸 확인한 순간 내 아픔은 뒷전이고

울고 불고 난리 치면서도 입 안이 아프다고 손가락으로 알려주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그때 봐주지 못한 미련한 엄마라 미안하단 사과가 나온다.


언제쯤 아이의 아픔에 무던해질 수 있을까.

언제쯤 그런 척이 아니라 진짜 여유롭게 아이의 고통 너머의 성장을 응원하며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아이는 몸이 커지고

부모는 마음이 커지는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 일단 일 하면서 환자들 피 한 방울도 소중히 생각하는 간호사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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