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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Aug 30. 2022

아이들이 아프다.

엄마가 아픈건 사치니까. 난 사치 중

아이가 아파도 온 우주가 흔들리는데

아이들이 같이 아프다.

웃으며 일하려 노력하지만, 내 눈에 비치는 세상이 회색인 건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둘째 병원을 가야 하는 날이었다.

좀 컸다고 컨디션을 빨리 회복한 첫째가 약을 끊자마자 또 엉덩이로 쉬를 뿜어내서 일찍 마치고 둘 다 병원을 데려가자 마음먹었다.

출근했는데, 내가 들어갈 수술이 오후 늦게나 끝날 것 같아 아침부터 마음이 초조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참고 넘겼으려나..

내 새끼 내 행복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주문처럼 다짐했던 보람이 있어서 용기 내 선배님께 부탁드렸다. 애들 병원 데려가야 하는데 야간진료 때는 X-ray 촬영이 안돼서 오늘 일찍 퇴근시켜달라고.

흔쾌히 도와주는 선배들 덕분에 4시에 퇴근할 수 있었고, 계단을 두 개씩 오르내리며 소아과에 갔다.

접수를 먼저 하고, 애 데리고 오겠다고 얘기한 뒤 뛰어서 둘째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왔다.

4시 35분.

첫째 하원 시간은 5시 03분(태권도 한 번만 하고 오면)

대기순서는 16번, 17번.

애매한 시간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우리 애들이 2,3번이 됐을 때 4시 58분.

응가했는데 기저귀가 없어서 못 치워줬더니 둘째는 울고 불고 뒤집어지고 난리.

태권도 관장님께 전화해서 집 앞 단골 카페에 아이를 좀 맡겨달라고 부탁드리고, 정신이 없어 언니에겐 연락도 못했다.

(그 집 아들이 같이 다녀서 첫째를 데려왔는데 언니는 연락받은 게 없어 첫째 여기 있다고 걱정 말라고 연락을 먼저 주셨다)


울고 뒤집어지는 애를 진료 보고, 첫째는 진료 취소하고 정신없이 진료를 봤다.

그래도 언니가 애를 받아주셔서 가능했지.. 아찔


오늘 아침.

둘째 등원을 맡은 아빠가 출근한 후에도 첫째가 일어날 줄을 모른다.

등원 시간 15분 전에 억지로 깨워 앉혔더니 시작된 울음.


적당히 안아 달래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이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준비하고 챙길 것이 많은 [바쁜 엄마] 였던 오늘 아침의 나는 아이에게 또 상처를 준 것 같다.


엄마 나 울고 있잖아. 울음 그치고 나서 갈래.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나 일찍 잘 테니까 여울반 가라고 하지 마.


아기처럼 안아도 달래지지 않는 21kg을 들쳐 안고

신발도 마스크도 가방까지 손에 주렁주렁 들고 아이를 데리고 내려가는 그 길이 어찌나 멀던지..

평상시에 당연했던 가뿐한 등원 길이 얼마나 감사한 일상이었는지 깨닫는 아침.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키즈노트를 작성하며 울컥하지만

감정에 빠지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이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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