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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Sep 14. 2022

엄마- 엄마- 어디 있어?

아이에겐 항상 바쁜 엄마. 대체 난 뭐하느라 바쁜 거지

아이가 또, 계속 아프다.

다 나았는데.. 형아랑 숟가락을 같이 쓰는 걸 그냥 내버려 둬서 그랬을까? 조산아라서 기관지가 약한 걸까? 단유를 해서 그런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만, 그래. 결론은 아프다.


명절 전날 아침 6시 반부터 줄 서서 겨우 진료 보러 간 병원에서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기다리실 부모님들 눈치 보여 약만 처방받고 왔던 게 사무치게 후회된다.

금, 토(명절 당일) 이틀을 아무것도 안 먹고 물만 찾아 마시던 내 아이는 축 쳐져서 내 품을 떨어지지 않았고, 안아주면 비실비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헐떡헐떡 숨을 가쁘게 쉬었다.

밤에도 기침하느라 한 시간도 연달아 못 자고 토요일 낮에는 제대로 걷지도 않으려는 아이를 보고 시부모님께서 부산 내려가라고 말씀해주셔서 부산으로 급히 내려왔다.

10시가 다돼서 도착한 집에서야 겨우 무언가를 먹으려고 하던 아이.

뭐라도 먹여보려 다 꺼내 줬지만 목이 아픈지 입에 넣었다가도 뱉어버리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열이 오를까, 숨이 가쁘거나 기침해서 잠 깼는데 내가 모를까 싶어 이틀을 꼬박 먹지도 자지도 못했지만, 다 내 탓인 것 같아 피곤하거나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 6시 20분에 병원 진료 접수하러 갔더니 35번이란다 ㅋㅋㅋ 세상에…

진료 보러 갔더니 또 입원을 말씀하신다.

모세기관지염, 폐렴, 중이염이란다.

하지만 복직 후 계속된 입원으로 연차가 남아있지 않아 입원시킬 수가 없다.

매일매일 병원에 가서 주사 맞히고 경과를 보기로 했다.

연휴가 끝나고 화요일.

아픈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죄스럽다.

강력히 거부하는 마스크를 더 강력히 쓰도록 설득? 하고 여분 마스크를 다섯 장 더 넣어 보냈다.

그 마스크는 하루 만에 다 뜯었다고 한다..



출근하고 나니 사람들이 얼굴이 왜 그러냐고 한다.

내 얼굴이 왜?

거울을 보니 왜 묻는지 알 것 같다.

이틀은 아예 못 자고, 이틀은 선잠을 잤던 내 얼굴이 정상일리가 없다.

언제 옮았는지 나도 가래 섞인 소리의 발작적인 기침을 하고, 그 덕에 목소리도 다 쉬었다.

출근했는데 다들 쉬라고 난리다.

아이가 아플  쉬어야죠. 내가 아플 때까지 쉬려면 일은 언제 해요.


다섯 시쯤 둘째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오전에는 잘 놀았는데, 낮잠 자고 일어나더니 계속 징징 울면서 엄마 아빠를 찾아다닌다고 하셨다.

작은 아이가, 잘 울지 않는 아이가 그런다고 하니 마음이 아리다.

신랑에게 전화했더니 자기가 최대한 빨리 퇴근해서 하원 시키겠다고 한다.

그래 봐야 5-10분이겠지만 우리 둘 다 전의를 다진다.


퇴근길.

평소보다 더 서둘러 지하철에서 집으로 향하는데 신랑이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자마자 너머로 [엄마 엄마-] 하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야?” 한마디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선생님이 엄마, 아빠 찾는다고 하셨는데, 그냥 널 찾는가 봐. 집에도 니가 없으니까 계속 울어. 바삐 오는 거 아는데 더 빨리 와봐”

응! 대답도 할 겨를 없이 뛰었다.

7층인 셈이지만 사실 9-10층 높이인 우리 집.

무릎이 아파서 계단으로 잘 올라가지 않는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져 그냥 뛰었다.


도착한 집.

현관문 너머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틀리지 않으려 조심조심 비밀번호를 누른다.

문이 열리고, 내 아기가 맨발로 현관에 나와있다.


마스크도 신발도 벗지 못하고 아이를 안았다.

그냥 꼬옥 안아줬다.

암만 찾아도 없었던 엄마가, 사실은 널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껴주길 바라며.

품에 안긴 아이의 귀로 내 심장소리가 들렸을 테니 그 어떤 말 보다 설명이 되리라 믿으며.


아가야.

바쁘고 모진 엄마라 미안해.

그래서 몇 달을 항생제와 네뷸라이저 달고 살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

넌 지금처럼 예쁘게 숨 쉬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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