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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Dec 20. 2023

너희면 됐다.

엄마는 딸 없어도 돼

엄마가 병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어.

그래도 너희에게 그 감정이 넘어가면 안 되니까 나름 털어내고 집에 왔는데,

그 당시에 견디기 힘들어 잠깐 통화했던 아빠가 괜찮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

그래서 구구절절 얘기를 시작했어.


하원하고 나면 엄마에게 할 말이 많은 너희가 계속 엄마를 불러대다가 아빠한테 혼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얘기했어.

내 말이 끝나고 T발롬 그 자체인 너희 아빠가

“미친 거 아니야? 자기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더 이상 어쩌란 말이야? ” 하며 엄마 편을 들어.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아빠가 유일하게 아닌 사람이 엄마인걸, 16년째 감사하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빠가 편 들어주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


컨디션도 최악이라 잠깐 눕는다는 게 성경공부 모임에 끝날 시간에 일어나서 걱정해 주시는 카톡을 보니 이게 뭐라고 또 마음이 몽글거리는데

곧이어 엄마를 녹이는 너희가 자러 들어왔어.


좋은 냄새가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엄마 양팔에 팔베개를 해달라며 매달리는 너희.

어디서 배운 건지 “엄마 내가 뽀뽀해 줄래”하면서 온 얼굴, 손, 팔에 뽀뽀를 해대는 너희에게 경쟁하듯 뽀뽀를 받고, 해주며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듣고 나니

내내 추워서 오들오들 떨리던 몸에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했어.

엄마 사랑해, 엄마 예뻐요, 엄마 귀여워(?)를 주문처럼 외우다 자장가 불러달라고 하며 눈을 꼭 감는 너희를 보면서 그런 생각아 들어.


그래. 이거면 됐지.

아빠, 너희, 엄마를 믿어주고 걱정해 주는 지인들.

나도 당연히 오해하고 살아갈 텐데 내가 받는 작은 오해가 그렇게 아플 일인가.

이렇게나 행복하고 풍족한 사람인데.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가볍게 출근을 해.


눈 뜨자마자 엄마 품을 파고드는, 잠꼬대로도 엄마에게 얘기하는, 등원 차량 타고도 마지막까지 손 흔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너희가 나중에 나중에 이런 시간을 보낼 때 엄마는 이렇게 견뎌냈다 이야기할 수 있도록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견뎌볼게.


사랑해 박 씨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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