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없는" 탄탄대로란 없다

생각하는대로 살아야지, 사는대로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

by 수빛


유학 5년 경험이면 한국의 대기업쯤은 가뿐히 들어갈 줄 알았다.
국내 10위권 대학, 상위 1%의 학점.

영화 F1 속 레이싱카처럼 내 인생도 성공가도를 쌩쌩 달리게 될 거라 믿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AI 광풍이 불지도 않았고,
국가가 구조적인 고초를 겪고 있는 시기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정도면 탄탄대로 아니야?’라고 아무 의심 없이 생각했다.



그런데 “서사 없는" 탄탄대로와 성공가도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탄탄대로'는 거의 이상에 가까웠다.

성공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요구했고,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아이러니한 과정을 동반했다.



세상은 나를 계속 시험했고, 좌절시켰고, 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사정없이 띄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무의식에 자리한 강한 자아와 자만심, 그리고 나도 모르게 키워온

무지를 일깨우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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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지망 대학을 면접 때 억울하게(?) 떨어지고 나서

(당시 코로나 비대면 면접이어서 솔직히 변별력이 있나 싶었다)

들어온 대학에서의 내 첫 목표는 다름 아닌 "수석 졸업"이었다.



해외고 졸업 후 엇학기라 1년 늦게 입학했고 내가 원하는 1순위 대학에 입학한 것도 아니니

차라리 현주소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빨리 졸업하고 취업해서 만회하자" 이런 마인드였다.

그래서 휴학도 안하고 4학년 1학기 때까지 거의 학업에만 정진했다.

다른 활동들도 했지만, 내 주 무기는 '공부'였다.

성실과 근면 측면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억하심정이었는지 4-1학기를 끝마치고 돌연 휴학을 결심했다.

채용시장을 포함해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나는 뒤쳐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했다.

- 아무런 대책과 계획 없이 공부만 해온 건 아닐지,

- 성인으로서의 성숙함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일지,

- 매정한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건 아닐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마지막 기회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작년 하반기에 휴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의 실천 행위들을 서서히 해나가기 시작했다.






(1) 작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매일 같이 집 주변 개천으로 나가 뛰었다.

: 고독 + 운동의 조합은 멘탈 강화와 자신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과거 본래 심폐지구력이 약하다고 쉽사리 포기했던 나이지만, 이제 제대로 극복을 한 셈이다.


(2) 습관적 만남을 가지던 지인 및 친구들과 거리를 두었다.

: 애당초 안 맞았는데 억지로 연을 이어오려 했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비효율적인 관계를 끊어냈더니

스스로와 더 친해지고 내면을 집중적으로 탐색할 여유가 생겼다.


(3) 나쁜 경제 습관을 고치고자 재테크 및 자기계발 관련 책을 찾아서 읽었다.

: 애써 외면해오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알게 됨으로써 마음이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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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내면의 소용돌이가 점점 거세지는 과정 속 나는 마침내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었다는 것. 다만 강한 에고 때문에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개체이다.

AI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는 생각도 이러한 결론에 한 몫을 했다.

생각하는대로 살아야지, 사는대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하다. 이 넓은 세상에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세상에서는 자발적 고독이 디폴트처럼 느껴진다.



예전의 나는 독립적인 척했지만 사실 누군가의 존재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게 더 충만하고 편안하고 안정된다.



다만 이건 사회를 거부하는 히키코모리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조직에 녹아들지 않겠다는 반항과 억지, 그리고 떼씀도 아니다.

그저 나로써 온전히 존재하는 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내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했다는 뜻이다.



휴학은 나를 바꾼 도구였다.

내게 휴학은 처음에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구이자 핑계였을진 몰라도,

위에서 말한 3가지 실천행위와 더불어 휴학의 묘미인 인턴십까지 하고 복학을 하니까

어쩌면 처음부터 휴학은 내게 있어 필수 관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제일 중요한건, 더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정확히 안다. 서사 없는 탄탄대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학의 막학기까지 무사히 다 보내고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난,

앞으로도 세상에 하나뿐인 내 서사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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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서사가 가득한 탄탄대로를 구축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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