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감정 일기

'나도 그런데'의 기적

by 방승호

3. ‘나도 그런데’로 화로부터 벗어나기


새해다.

늘 그렇듯이 아침이 분주하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다. 아침 명상을 하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아내와 대전에 갔다 오면서 화가 난 일이다. 다행히 요즘 마음먹고 감정 연습을 하고 있어서 크게 번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하고 있는 마음 훈련 덕분이다.

훈련은 먼저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기’이다. 두 번째 ‘겉으로 표현하지 않기,’ 세 번째 ‘그 이면을 생각하기,’ 마지막으로 ‘이면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순으로 실천을 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순간 일어나는 일이다.

백화점에 딸아이와 옷을 사러 갔다.

나는 지하 주차장에 강아지와 함께 있었다. 11시쯤 도착해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노래도 듣고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 하지만 편안하게 듣고 싶었던 ‘마가복음’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다. 1시가 넘어서 연락이 왔다, 11층 식당으로 오라고 한다, 딸아이가 먼저 점심을 먹고 강아지를 보러 내려왔다, 여유 있게 11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면서 하루에 두 끼를 먹고 있다. 저녁은 6시 전에 먹고 다음날 11시까지 공복으로 지낸다.

습관이 되어 배 고프지 않고 속이 편안하다. 그런데 오늘은 점심이 너무 늦었다, 막상 식당을 보니 배고 고팠졌다. 예전에는 아무 거나 먹었다. 요즘은 주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 아내가 고른 점심의 기준은 싼 것이었다. 약간 짜증이 올라왔다.


알아차렸다.

짜증이 나는 나를 알아차렸다, 그래 지금이 공부 기회다. 짜증이 올라왔지만 편안한 목소리로 다른 것을 먹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식당 줄이 서 있어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다른 식당을 가서 보니 스테이크 파는 곳이 있었다, 그것을 먹자고 하고 나는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갔다. 아내가 그냥 싸브샤브 먹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그때도 아무 생각 없었다, 점점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다시 화가 올라왔다 마음속에서 화 감정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게 느껴졌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배고 고픈데, 에고가 작동되었다.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말이 없어졌다.

바로 알아차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서 이동을 해 다른 곳으로 가서 서성였다. 감정 공부 전과 다른 점은 그전 같았으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가서 혼자 먹었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서성이면서 시간을 보냈다, 화는 계속 올라왔다. 화의 표현이 말이 없어진 것이다, 말없는 이면에는 화가 났고, 이 만큼 참는다는 표현이다.


20분 정도가 지나 차례가 왔다.

샤부 샤부는 일인용으로 야채와 고기를 주었다. 맛있었다. 다행이다. 나는 다시 분노 전으로 돌아왔다. 감정공부 덕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왔다.


이 일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 화, 분노의 파편이 나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잠시도 방심하면 내가 가진 화가 표현 습관으로 행동으로 말로 되돌아가고 흔적이 남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미숙하고 힘들 때가 많다. 화 이면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어느 때는 되고 안 되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명상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매일 하나씩 항복하는 과제를 실천했다, 내가 가진 분노, 화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이다. 그래서 전에 자주 냈던 화, 그리고 내가 화낼 때 드는 생각을 등을 정리해서 하루 하나씩 항복을 해 보는 것이다.


항복할 때 조금 나아지도록 쓰는 문구는 ‘나도 그런데’이다.

그 사람이 순간 화를 나게 했을 때 ‘나도 그런데’ 하게 되면 바로 편안해졌다. 세상의 평화는 자기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화에 대해서 관찰하면서 이 말에 엄청 동감을 하게 되었다, 화를 관찰하는 일은 평생작업이다, 이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화를 알아차리고 그 이면에 바라는 원하는 것에 대해서 상대 방 입장에서 생각한 뒤로 하루하루 재미있어졌다. 인간관계에 갈등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이 말은 내가 변화해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다른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갈등만 야기된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내가 변화시킬 수 없다. ‘나도 그런데’ ‘나는 그런데’ 이 말은 변화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받아들임이다.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야 성장을 할 수 있다. 좋은 햇빛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도 그런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랑이다.

‘나도 그런데’를 실천하자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서 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차질 없이 하게 되었다, 아침이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면서 좀 더 확장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올라오는 화를 알아차린 뒤부터이다. 요즘은 화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관찰하고 글로 쓰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나도 모르게 행동했고 친했던 사람과 잘 안 만나고 했던 것들이 이 미묘한 화 속에서 이뤄졌음을 나는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를 정말 엉뚱한 곳으로 나를 안내, 했던 화와 좀 더 친해지려고 노력을 해야겠다고 새해 다짐을 해 본다.


다시 한번 강조, 무슨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상황을 닥쳤을 때 올라오는 감정을 먼저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지시하는 대로 절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두려울 때도 두려움을 그냥 느껴 본다, 잘 못되었다고 죄책감을 그대로 느껴 본다.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본다, 이 설명은 글로 되어서 그렇지 순간 반복하다고 보면 느리게 머릿속에 그려지고 어느 순간 100번에 한번 가능해지다, 50번에 한번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마음이 움직임을 한 발짝 밖에서 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화가 올라오는 것이 분별임을 알고 분별 전에 알아차리는 나를 보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길 것이다. 그것을 보는 나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하는 존재를 체험하면서 화도 그냥 내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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