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피자

by 김진필

아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가게 앞을 지나는 동네 주민미다 여기가 거기래 수군거리고 유명 유튜버라는 사람들이 가게를 등지고 서서 요란한 손짓과 표정으로 중계를 한다. 그의 가게에서 영원히 피자 한 판 시켜 먹을 일 없을 먼 곳에 사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좀 전에도 거제도에 산다는 한 정의로운 시민이 전화를 걸어 거대한 배도 삼켜버릴 파도 같은 기세로 상도를 따졌다. 그는 아주 전국구 스타가 돼 버렸다.

최근 여수니 속초니 울릉도니 온갖 유명 관광지의 바가지요금과 불친절한 접대가 뉴스를 타는 바람에 해당 가게는 물론 도시 전체가 쑥밭이 되는 걸 볼 때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그 소용돌이의 한복판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론 그가 말하는 '대단한 사람들'이란 한 가족의 생계와 한 도시의 경제를 혀와 손가락으로 죽여버리는 몹시 선택적으로 정의로운 대중들이다.

아니, 이게 이토록 커질 일인가. 요새 흥미로운 사건이 그렇게 없나. 불도 많이 나고 비도 많이 오더만 고작 피자 한 판에 왜 이토록 난리들인가. 동일 노동을 하면서 임금만 차별받는 비정규직 문제도 있고 신용카드는 물론 민생소비쿠폰도 안 받으면서 현금만 받는 전통시장 가게도 있고 같은 기계에서 연달아 노동자가 끼어 사망한 대기업도 있는데 딱 한 번 피자 모양이 둥글지 않았던 것이 이토록 분개할 일인가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이었다. 미디엄 사이즈의 피자 주문이 들어왔는데 알바생이 실수로 라지 사이즈의 피자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사분의 일을 떼어내고 상자에 담아서 보내 주었다. 사정을 간략히 적은 메모도 첨부했다. 하느님과 부처님과 알라신에게 맹세하건대 사분의 일을 떼어낸 라지 피자가 온전한 미디엄 피자보다 양이 많다. 수학자나 과학자들이 질량이든 부피든 밀도든 뭐든 다 측정해 보겠다고 덤벼도 자신 있다.

그런데 배달을 받은 고객은 리뷰란에 어이가 없다는 글을 남겼다. 물론 사진도 함께였다. 생전 이런 모양의 피자는 처음 본다, 남이 먹다 남은 피자를 받은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엿같다('엿같다'는 표현은 고객의 긴 불만을 그가 짧게 요약한 것이다), 라지 사이즈 피자를 다 보내주는 게 아까우면 미디엄 사이즈 피자를 다시 만들어서 보내 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뭐 이런 요지의 글이었다.

그는 친절하게 답글을 남겼다. 모양이 특이했던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다시 만들려니 고객님이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서 그랬다. 배달 기사님도 이미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라지 사이즈 피자의 75%가 미디엄 사이즈 피자의 100%보다 크면 컸지 절대로 작지 않으니 고객님이 손해 본 것은 없다. 그리고 피자가 꼭 둥글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 요새 네모난 피자도 있다. 그래도 마무리는 정말 공손하게 썼다. 어쨌든 고객님이 언짢으셨다니까 죄송은 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사분의 일이 잘린 모양의 피자보다 그의 친절한 답글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그깟 피자 사분의 일 공짜로 더 준다고 가게가 망하냐며 '그깟'이란 말로 부스러기만큼 남아 있던 그의 직업적 프라이드에 기스를 냈다. 너 같은 인간들 때문에 성실한 다른 사장님들까지 욕먹는다며 그를 자영업자들의 고달픔과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동족의 배신자로 몰았다. 닭이 크다고 닭다리 하나만 주는 거랑 뭐가 다르냐며 국어를 못했던 그가 정확한 이유를 지적할 순 없지만 뭔가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하기도 했다.

그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잘못은 니가 해 놓고 왜 고객한테 책임을 전가하느냐는 분노였다. 이 말에는 진정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할 만큼의 잘못을 하기는 했냔 말이다. 뭐 잘못한 게 있어야 책임을 전가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또 고객은 무슨 책임을 전가받았는가. 고객이 원했던 피자의 질량과 부피와 밀도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물론 그도 후회를 하긴 했다. 피자 사이즈가 잘못된 걸 알았을 때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죄송하다라든가 뭔가 더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후회. 그러나 그 순간에 그는 정말로 당연하게 라지 사이즈 피자의 75%가 미디엄 피자의 100%보다 크기 때문에 그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고 온당하고 안성맞춤이라고 믿었다. 정말 그랬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그토록 상식에서 벗어난 것인지 수없이 생각해 보는 중이다.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사정상 당분간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본사에서 계약 해지 운운하는 전화를 받을 정도의 큰 죄를, 정말 자신이 지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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