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의 물결
"오빠, 태동이 안 느껴져... 괜찮겠지?"
와이프가 말했다. 밤이었다.
침대에 누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초산은 원래 좀 늦게 느낀대."
입으로는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달랐다.
'괜찮을 거야...'
다음 날, 핸드폰으로 검색해 봤다.
'20주 태동' '초산 태동' '초콜릿우유와 태동'
다 달랐다. 누군 18주부터라 하고,
누군 22주 넘어서까지 모른다 했다.
확실한 건 없었다.
걱정을 사서라도 하는 사람이
나란 걸 스스로 잘 알기에,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퇴근 후, 와이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선 배에 손을 올렸다.
"콩알아, 맛있게 먹었으면 발로 차봐."
"..."
아무 느낌 없었다. 당연했다.
하지만 또, 괜히 아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녹음기를 켜
와이프 배에 살며시 갖다 댔다.
"꼬르륵... 쿵, 쿵."
"들었어? 이거 심장 소리 아냐?"
나는 말했다.
"오빠, 그거 내 배.. 소리야."
서로 웃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며칠이고, 배에 손을 얹어 기다리는 날이 반복됐다.
마치 호수도 잠든 조용한 밤
물결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아무 일 없어도 괜찮다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한 번쯤, 물결이 일어나 손 위에 일렁이길 바랬다.
그러다, 평소처럼 자기 전
와이프 배에 튼살크림을 바르고 침대에 누웠다.
눈꺼풀이 반쯤 감길 때 와이프가 말했다.
"오빠!?, 방금... 뭔가 느낌 온 것 같아!"
벌떡 일어나 얼른 손을 올렸다.
온 신경을 손바닥에 모았다.
"..."
하지만... 조용했다.
이번에도 아닌가 싶었다.
..톡.
아주 가볍게.
손바닥 어딘가에 톡 하고 느꼈다.
와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 느꼈어?"
"오! 뭐가 톡 하고 쳤어!"
어두운 밤하늘 별이 하나 깜빡이는 것처럼,
아주 작은 신호였다.
하지만 그 하나로도
마음이 환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부부의 애간장을 태운 태동이었다.
콩알이의 신호는,
호수 위 잔물결 같았다.
느낄 듯 말 듯, 하지만
분명히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 한 번을 끝으로
콩알이는 다시 조용했다.
밀당의 고수였다.
다시 손을 얹어도, 배에 이름을
불러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한 번이면 충분했다.
한 번 더 해주면 좋지만,
아빠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건강하게 잘 있다는 뜻이니깐,
한 번도 만족해야 한다.
손바닥 위, 아주 작은 콩알이의 인사.
아무 일 없던 하루가,
콩알이의 작은 인사 한 번에
우리 부부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