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물놀이
시원한 물결이 발목을 휘감았다.
아내와 나는 계곡 중간에 바위에 앉아 어린아이처럼서로의 발장난을 치며 웃었다.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빛 속에서
계곡물이 전하는 시원함은
잊고 지냈던 감각을 일깨웠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산바람에 씻겨 내려갔고,
물 위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은
유년시절의 여름을 떠올렸다.
유년 시절 여름은 향기로 기억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아버지의 보물 1호 구형 프라이드 차에
누나와 함께 아이스박스와 세간살이를
테트리스하듯 트렁크에 실었다.
그러면, 어느새 집 앞 골목길의 색깔이 바뀌었다.
푸르스름한 새벽공기와
상쾌한 바람에 일렁이는 옅은 모기향이
내 안의 가장 순수한 설렘으로 기억된다.
유년시절의 여름에 대한 두근거림은
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아내와 함께한 첫여름은
다시 한번 설렘을 안겨줬다.
우리는 나무 밑
그늘에 앉았다.
아이스크림을 쥔 채 물놀이하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시원한 물소리가
더위 속에 퍼져나갔다.
"내년 여름엔 저기 있는 아기들처럼
콩알이도 물놀이 하겠지?"
아내의 목소리가 여름 소리와 함께
귓가에 닿았다.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에 지친
우리 부부가 내년 여름을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된 것이다.
유년 시절의 나는
여름을 기억한다.
이제는 그 기억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곧 만날 콩알이에게 선물하고 싶다.
내년 여름이 오기 전,
설렘을 담을 좋은 돗자리 하나쯤 장만해야겠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한동안 회사일과 개인사로 글을 쓰지 못하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기계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과
그렇게 쓴 글에 솔직함이 담겨있지 않다고 생각하여 못 올리고 있었습니다.
글을 읽고 구독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며,
꾸준히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