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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원정대

타이니모빌을 찾아서

by 콩알아빠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새롭게 생긴 루틴은 당근마켓에서

아기 용품을 보는 일이다.


​신혼 혼수를 마련할 때 말고는

거의 이용하지 않던 당근마켓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내와 내가 틈만 나면

아기 용품을 찾아보고

서로 카톡으로 공유한다.


전에는 아내 혼자 당근마켓을 봤는데,

인기 있는 용품(타이니 모빌)들은

순식간에 거래가 돼서 역부족이었다.

일주일 내내 혼자 끙끙 앓는

모습이 안쓰러워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


이젠 둘이서 끙끙거리고 있다.

운 좋게 아기 용품 거래가 성사되면

마치 한정판에 당첨된 것처럼 서로 기뻐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차로 갈까, 걸어갈까.


​"오빠, 걸어서 다녀오자."


​차 키를 주섬주섬 챙기던 내 손이 멈칫한다.


'이 날씨에 걸어가면…

쉽지 않은 여정인데.'


하지만 몇천 원 아끼겠다고 중고 거래를 하는데,

차를 끌고 가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차 키를 조용히 내려놓고 물병을 챙겼다.


​시원한 물 한 병을 들고

당근마켓 거래 장소에 도착하면

대부분이 비대면 거래다.

문 앞에 우리가 거래할 물건이 놓여 있으면,

우리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고양이가 생선을 노리듯

살금살금 걸어간다.

아내가 물건을 이리저리 꼼꼼히 살피는 동안,

나는 복도를 곁눈질하며

어떤 유모차가 인기 있는지,

아기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훑어보며 최신 트렌드를 습득한다.


​아내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후다닥 물건을 챙겨서 내려온다.


​"후."
"좋은 거래였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

물건을 들다 보면

어느새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옆에서 연신 땀을 닦아주던 아내가 말한다.


"오빠, 내가 저기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줄게!"


어딘가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었다.

어릴 적, 숙제하기 싫어서 징징거렸던

나에게 어머니가

'숙제 다 하면 아이스크림 사줄게'라는

말처럼 아내의 말에 익숙함을 느꼈다.


콩알 엄마가 그걸로 나를 달랠 수 있다면,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아이스크림이라니..'


아이스크림은 달고 맛있었다.


아이스크림 값 3천 원…

'이럴 바엔 차를 끌고 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입에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콩알엄마 아까 그 유모차 봤어?"
"오빠 이번에 산 거 우리 동네 아파트에서

본 것보다 훨씬 싸게 샀어."
"이제 뭐만 구하면 되지?"
"올 때, 아까 새로 생긴 가게 봤어?"


​우리는 서로 다른 주제를 말하지만,

신기하게도 대화를 한참 나누고 나서

다시 기운을 내 아기 용품을 들었다.


한여름 아내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방 한편에 아이를 위한 용품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공간에

아이의 사계절이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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