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땅의 속삭임
숨 쉬는 땅의 속삭임
미소지진, 한반도 지진, 서천 지진, 합천 지진, 평창 지진, 공주 지진, 지진 감성 에세이, 미진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단단한 땅, 이 한반도는 사실 고요히 숨 쉬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작은 떨림,
즉 미소지진 이 일어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미소지진이란 일반적으로 규모(Magnitude) 2.0 미만의 매우 약한 지진을 말하며, 사람이 진동을 감지하기 어렵고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떨림이야말로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증거입니다.
첨부된 사진은 12월 5일 단 하루 동안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미소지진 기록을 보여줍니다.
규모 1.3~1.4 사이의 이 떨림들은 충남 서천군, 경남 합천군, 강원 평창군, 그리고 충남 공주시의 땅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일어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시각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지만, 이 기록들은 이 땅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지구의 거대한 지각판 운동에 미세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 작고 고요한 지진 기록을 보며, 문득 이 지역들이 품고 있는 더 깊은 땅의 기억을 되새겨 봅니다.
충남 서천과 공주: 충청남도 지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내륙으로 여겨지지만, 역사적으로나 최근에도 중규모 지진이 간헐적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특히 공주는 1978년 홍성 지진(규모 5.0)의 영향권에 있었던 것처럼, 크고 작은 지진이 이 땅의 구조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 기록된 규모 1.4의 미소지진은 그 거대한 역사적 떨림에 비해 너무나 작지만, 이 지역의 땅이 아직도 미세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경남 합천: 영남 지역은 한반도에서 지진이 비교적 활발하게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합천 동쪽 지역의 규모 1.3 지진은 어쩌면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 등 최근의 강진들이 남긴 여운이거나,
혹은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알려지지 않은 단층들이 미세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간 이어진 땅의 이야기가 작은 떨림에 스며있는 듯합니다.
강원 평창: 산악 지형이 주를 이루는 강원도 또한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평창 남동쪽 지역의 1.3 규모 지진은 높은 산맥 아래, 깊은 땅속에서 일어난 고요한 에너지 방출입니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지형이 수많은 시간 동안 압력을 받아온 흔적을 보여주는 듯, 그 깊은 곳의 움직임은 자연의 거대한 섭리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이 미소지진들은 매일 수십 회, 어쩌면 수백 회 이상 한반도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작은 떨림들은 우리에게 공포가 아닌, 깨어있는 경각심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감성을 가르쳐 줍니다.
땅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나는 살아있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우리가 이 고요한 속삭임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일의 미소지진은 우리에게 '이 땅 위에 단단히 서 있으라'는 조용한 응원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