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스테판의 오중주
우주의 시간 여행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이야기
[제4화] 스테판의 오중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는 단순한 별들의 모임이 아니라, 수억 년에 걸쳐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거대한 우주의 드라마입니다.
우주의 끝자락, 차가운 암흑 속에서도 별들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잡고 수억 년 동안 느린 춤을 춥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리에게 보내온 '스테판의 오중주'는 바로 그 찬란한 동행의 기록입니다.
사진 속 은하들은 우리 눈에는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 사이에는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존재합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 사진 왼쪽의
NGC 7320(1번 은하)은 지구에서 약 4,000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우주의 관점에서는 바로 옆집이나 다름없죠.
머나먼 동행: 나머지 네 은하들(2, 3, 4, 5번)은 그보다 훨씬 먼 2억 9,000만 광년 밖에서 서로 엉켜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빛은 공룡이 지구를 누비기도 전, 혹은 인류의 조상이 나타나기도 훨씬 전인 수억 년 전의 과거에서 출발해 오늘에야 비로소 우리 곁에 도착한 것입니다.
1번 은하 (NGC 7320) - 홀로 걷는 고독한 산책자
푸른빛을 띠며 홀로 선명하게 빛나는 이 은하는 사실 나머지 은하들과는 상관없는 '우연한 동반자'입니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배경을 장식하며, 마치 멀리 있는 연인들을 축복하는 고독한 관찰자처럼 서 있습니다.
2번 은하 (NGC 7319) - 어둠을 삼키는 뜨거운 심장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이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2,400만 배에 달하는 '초거대 블랙홀'이 숨 쉬고 있습니다.
주변의 물질을 집어삼키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은하를 보며, 우리는 파괴와 창조가 공존하는 우주의 이면을 깨닫게 됩니다.
3번과 4번 은하 (NGC 7318A & 7318B) - 격정적인 포옹과 충돌
중심부에서 서로 엉겨 붙어 있는 이 두 은하는 현재 격렬한 충돌을 겪고 있습니다.
가스와 먼지가 뒤섞이며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그 혼돈 속에서 수백만 개의 어린 별들이 태어납니다.
고통스러운 충돌마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숭고한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5번 은하 (NGC 7317) - 고요한 기다림
오른쪽 아래,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자리한 이 은하는 이 거대한 은하 집단의 일원으로서 묵묵히 자리를 지킵니다.
소란스러운 충돌 뒤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인내의 미덕을 닮아 있습니다.
스테판의 오중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닿지 않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1번), 서로를 너무 강하게 끌어당겨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결국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관계(3, 4번)도 있습니다.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며 가스를 교환하고 별을 탄생시키듯, 우리도 타인과 부딪히고 섞이며 성장합니다.
수억 년 전의 빛이 오늘 우리에게 감동을 주듯, 우리가 오늘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마음 역시 시공간을 초월해 영원한 울림으로 남을 것입니다.
우주는 말합니다.
"충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별을 피워내기 위한 가장 뜨거운 시작이다"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