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읍성, 기억과 휴식의 공존

서산 해미읍성

by 지영그래픽
해미읍성, 기억과 휴식의 공존
(서산 해미읍성)


해미읍성은 단순한 역사 유적지를 넘어,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평화를 동시에 품은

독특한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나는 이 성이 가진 이중적인 매력에 깊이 매료된다.


해미읍성은 조선 시대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워진 군사 요충지로서, 그 단단한 성벽은 당시의 긴박했던 시대상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히 전략적 요새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지로서, 수많은 이들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고통받고 목숨을 잃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성 안 곳곳에는 그들의 희생과 신앙의 무게가 스며들어 있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숙연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해미읍성은 역사적 무게와 함께 깊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그런데도 해미읍성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곳은 동시에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휴식의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기쁨과 평온을 선사한다. 성벽을 따라 걷는 1.8km의 길은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푸른 잔디밭과 잘 가꾸어진 공원, 멀리 보이는 서산 시내의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소나무 숲길에서는 피톤치드 향기와 햇살이 어우러져 지친 심신을 치유해 준다.



여기에 주말이면 펼쳐지는 전통 공연은 성곽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대북의 웅장한 소리, 사물놀이의 흥겨운 가락, 줄타기의 아슬아슬한 몸짓은 과거의 문화를 현재로 소환하며 방문객들을 열광하게 한다.

연날리기, 국궁, 전통 복식 체험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특히 아이들에게 역사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체험들은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해미읍성의 매력은 바로 이 상반된 두 얼굴이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이곳은 아픔과 치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공간이다.


순교자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동시에, 자연과 문화 속에서 삶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성벽 위를 걸으며 나는 과거의 무게를 느끼지만, 소나무 숲길에서는 그 무게를 내려놓고 평온을 찾는다. 전통 공연과 체험 행사는 무거운 마음을 환기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성찰과 휴식의 여정이다.

해미읍성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을 넘어,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긴다.

과거의 아픔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책임을 일깨우고, 현재의 아름다움은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힘을 준다.


예를 들어, 국궁 체험을 하며 활을 당기는 순간의 긴장감은 과거 무인들의 결연한 의지를 떠올리게 하고, 연을 날리며 하늘을 나는 아이들의 웃음은 삶의 단순한 기쁨을 상기시킨다.


한복을 입고 성곽을 누비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선사한다.

이곳을 떠나며 나는 해미읍성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곳은 기억과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우리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며 그 의미를 곱씹고, 동시에 자연과 문화 속에서 삶의 활력을 충전한다.




해미읍성은 과거를 추모하며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는 곳이다.

성벽 위에서, 소나무 숲에서, 공연과 체험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하고, 삶의 본질을 되새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새겨진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다.

해미읍성은 이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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