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안 여행 만리포 해변
파도와 함께 노래하는 만리포의 여름,
나의 사랑
어느덧 푸르렀던 잎들이 짙은 녹음으로 변해가는 계절, 뜨거운 태양 아래 만리포 해변은 숨 막히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이곳은, 익숙한 듯 낯선 풍경으로 나를 반겼다.
드넓은 백사장 위로는 형형색색의 파라솔들이 꽃처럼 피어 있었고, 그 아래서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짭짤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잊고 있었던 감각을 깨우는 듯했다.
높고 푸른 하늘에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아래, 수평선 너머로 아련하게 보이는 섬들은 마치 신비로운 요새처럼 느껴졌다.
카메라를 들어 그 풍경을 담아보았지만, 내 눈으로 보는 감동을 온전히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새기려 노력했다.
만리포의 여름은 단조롭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다를 가득 채운 사람들, 그중에서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었다.
잔잔한 파도 위로 몸을 맡긴 채, 서핑보드 위에 엎드려 있는 모습은 마치 바다사자들이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 중에는 능숙하게 파도를 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직 서툴러 보였다.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젊음의 생기와 열정을 보았다.
서핑보드 위에서 파도와 씨름하는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삶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망설임 없이 파도에 뛰어들고 싶다는 작은 용기를 품어보았다.
백사장에는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철제 난간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응시하는 갈매기들의 모습은 마치 먼 길을 떠나기 전, 잠시 쉬어가는 여행자 같았다.
그중 한 마리는 날개를 펴고 힘차게 날아올랐고, 그 뒤를 이어 다른 갈매기들도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들의 날갯짓은 마치 만리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듯했다.
어쩌면 이들은 이곳의 풍경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증인이 아닐까.
해가 지기 시작하며 바닷물은 서서히 차올랐다.
썰물 때 드러났던 백사장은 어느새 바닷물로 잠기고, 해변의 풍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붉은색 파라솔 아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젊은 연인들의 속삭임, 그리고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만리포만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멈춰버린 듯했다. 일상의 시름과 복잡한 생각들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만리포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바다 위로 쏟아져 내리는 밤. 그 풍경은 분명 낮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만리포 해변을 상징하는 듯한 표지판에는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 나의 사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흔한 관광지 문구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그 문구가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파도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갈매기들, 그리고 그 파도 위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리포는 진정으로 사랑스러운 곳이 되었다.
만리포에서 보낸 여름날의 기억은 오랫동안 나의 마음속에 따뜻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파도가 나를 부르고, 갈매기가 노래하는 만리포. 그곳은 나에게 단순한 해변이 아닌, 삶의 활력을 되찾는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