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 위에 피어나는 암자, 간월암

[1화] 간월암

by 내셔널지영그래픽
​물 위에 피어나는 암자, 간월암

[1화]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한 바닷가에 서면, 물결 따라 일렁이는 그림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뭍과 이어진 길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즈넉한 암자 하나가 홀로 섬이 되어 떠 있다.


충남 서산의 간월암이다.

무학대사의 발자취가 서린 이곳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묻혔던 길이 사라지고 암자가 물 위에

떠오르는 순간,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묘한 신비로움이 밀려온다.

마치 삶과 죽음, 현실과 꿈의 경계처럼. 간조 시에는 세상과 연결되지만, 만조 시에는 홀로 고독한 섬이 되는 간월암의 운명은 우리 삶의 단면을 닮아 있다.


때로는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홀로 고립된 섬이 되어 내면의 깊이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처럼.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간월암을 바라보며, 삶의 간조와 만조를 생각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