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빗소리에 스며든 기억>

by 배움의 빛

비 온 뒤에는 땅은 촉촉하고

잡초들도 향긋해집니다.

봄에 내린 비로

새싹들은 함께 춤을 춥니다.


오두막 집에

앉아 있는 두 노인은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옛 추억을 떠오릅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엄마들은


빗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채소를 썰어

따뜻한 밥을 준비합니다.

밖에서는

줄을 따라 걷는 개미들이

둥글둥글한 빗방울과

인사하며 지나갑니다.

조금씩 내리는 빗속에서

나도 우산을 들고

또박또박 걷습니다.

걷고 또 걸어

개미에게, 빗방울에게

그리고 나뭇잎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고마워.'


<빗소리에 스며든 기억>


고향에 있었을 때는 비가 내릴 때면 늘 동네 또래 아이들과 뛰어놀곤 했습니다. 철지붕으로 지어진 집이 어찌나 빗소리 가득 차던지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습니다. 우리 집은 가게를 해서 항상 문을 열다 보니 철철 내리는 비를 저 먼 세상까지 다 보였습니다.


가게 앞마당에 작은 침대에 앉아 비를 구경하고 있을 때면, 또래 아이들과 더 어린 꼬맹이들이 뛰어 와서 같이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며 청하곤 했습니다. 나도 아이였던 시절이라 좋다며 같이 뛰어놀았습니다.


엄마는 뛰어노는 나를 보며 늘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 놓으라고 빗소리만큼 큰 소리를 말했습니다. 빗물 덕분에 며칠간 깊은 우물 속에 있는 물을 퍼올리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웃집마다 1000리터 이상의 빗물을 담을 수 있는 큰 항아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게 하는 우리 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항상 가게를 돌보았습니다. 언니와 엄마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비 때문에 고무나무를 수확할 수 없기에 오빠들은 늘 노래를 틀어 부르곤 했습니다. 비와 조화를 이룬 시골의 풍경이 어찌나 아늑하던지 상상만 해도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우리나라는 비가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소나기처럼 엄청 쏟아붓고 한동안 멈추지 않습니다. 우산이 없었을 적이라 학교 다닌 아이들은 책이 늘 빗물로 범벅이 되었고 집에 와서 말리느라 바빠집니다.


어떤 아이는 엉엉 울며 말리고, 어떤 아이는 가방을 뉍 던져 놓고는 뛰어 놀러갑니다. 그리고 엄마들은 더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부릅니다.


밤에 내리는 비는 더 포근했습니다. 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와 횃불, 등잔, 그리고 양초의 조명과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날씨가 엄청 더운 열대지방이지만 나는 늘 포근한 이불속에서 누워 아늑한 풍경을 마음에 간직했습니다.


지금도 비가 내릴 때면 나는 너무나 좋아합니다. 우리 남편도 비가 오면 항상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줬습니다. 비는 나에게 힐링을 주는 동시에 외로움과 설렘을 안겨줬던 것 같습니다. 비를 보면 나는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뛰어놀던 아이들과 동생들, 나란히 앉아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요리를 하고 있는 엄마와 언니, 노래를 부르는 오빠들, 그 뒤에 앉아서 듣고 있는 우리 아빠, 앞마당 침대 밑에 앉아 있는 갈색이…


’ 비와 그 풍경’ 여러분에게도 어떤 추억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