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열한 살, 열두 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 학교 수업 끝나면, 자주 친구 집에 가서 꽃 씨앗과 새싹들을 여러 개 가지고 와 우리 집 앞마당에 심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을 심고, 물을 줬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늘 온 마음을 다해서 꽃을 가꾸어 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심은 꽃들은 영 잘 자라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는 포기란 나에게는 없었기에, 오기로 수십 번 수천번 꽃을 심고 또 심어 보았다. 이 꽃 저 꽃 다 시도해 보았다. 그냥 무작정 감이 가는 데로 심었다.
당시, 우리 집 앞마당은 조금 큰 편이라, 나만의 정원을 만들려고 공간도 확보해 놨다. 하지만 꽃을 심는 일은 나에게 영 거리가 멀었다.
반면, 친구 집은 꽃들이 늘 풍성하게 활짝 펴 있었다. 이 놈의 꽃은 편견이 있는 것이 분명했었다.
“어떻게 같은 꽃인데, 이렇게 잘 자랄까?”
참 신기했다.
수업이 끝나고 , 교복 입고 있는 채로 곧바로 또 친구집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꽃 씨앗이 아닌, 그냥 꽃 봉어리 그대로 꺾어 와 버렸다. 몇몇 꽃은 그냥 뿌리체로 뽑아 와 버렸다. 친구의 어머님은 그저 웃고 계셨다
초등 3, 4학년였던 시절에, 한 참 뛰어놀아야 하는데, 나는 정원을 가꾸는데만 오후 시간 내내 다 보내곤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꽃만 보면 가슴이 뛴다.
한국에서는 봄이면 , 길가에 활짝 핀 꽃들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 더 신이 난다. 2,3월에는 매화, 길가에 노랗게 물드는 개나리, 이어서 연 핑크 빛 벚꽃, 수선화, 튤립, 개망초….. 끝도 없는 꽃 세상이다.
심지어 나의 집 주차장에도 벚꽃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봄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딛기 위해 벌써 혼자 활짝 피고 있었다.
”꽃이라 그냥 지나갈 일은 없지. “
차 쪽으로 걸어갈 때, 한 번 꽃을 바라보고
차에 도착해서 또 한 번 바라 보고
차문을 열 때 또 한 번
차문을 닫을 때 또 한 번
그리고 출발할 때 또 한 번
이놈의 꽃은 자꾸 내 눈길을 유혹함에 틀림없다.
그러다 퇴근할 때도, 컴컴 한 세상 속에서
가로 등 밑에 나는 또 꽃을 바라보았다.마음속 깊이 저장해서 침대에 누울 때 바로
꺼낼 수 있게.
휴대폰 갤러리도 이제부터 꽃 사진들만 하나씩
채우기 시작한다.
꽃을 좋아하는
서른아홉 살 소녀이다.
여러분은 어떤 꽃에 마음을 빼앗긴 소년, 소녀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