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사"
큰 언니를 떠나보내고 우리 가족은 또 한 번의 이사를 했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스무살이 되기 전 겨울, 수능이 막 끝난 시기였다. 학창시절 내내 나를 괴롭혀온 이름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혼자서 개명서류를 준비했다. 대학교에 가면 새로운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원하던 간호학과에 추가모집으로 간신히 붙어 원치 않는 삶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교 입학 전 가까운 친척들을 대동해 이사를 했다.
두 번째 집은 2년 전셋집이었다. 큰 방 한 칸에서 네 식구가 함께 자고 생활했다. 여전히 내 방은 없었다. 이 즈음 아버지와의 서먹했던 사이도 풀어졌던 것 같다. 아버지의 성격도 엄하고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딸바보인 개구쟁이같은 모습으로 살갑게 다가와주셨다. 사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그 깊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 겉으로는 두 분 다 큰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얼마나 큰 상처로 자리매김하고 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이후로 외할머니, 할머니, 함께 살던 고모, 외할아버지를 차례대로 떠나보내며 인생의 침체기를 맞이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해달해있던 시기, 내가 찾은 극복법은 바쁜 현실을 사는 것이었다. 추가합격으로 간신히 들어간 대학교 첫 시험에서 인생 처음으로 전교 3등을 했고 상위 6% 학생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교직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위기는 기회가 되었고 욕심을 내서 대학 생활에 전력을 다했다.
작은 언니와 나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아버지는 일을 하면서, 어머니는 주부로 뒷바라지를 하면서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2년의 전세 계약도 만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