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고 철없는 22살의 시작

2012 까미노

by Cielo

2012. 7.23 (월)


내가 이걸 왜 시작하게 된 건 모르겠지만,

그래. 두 가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


첫째, 2011년 박카스 국토대장정으로 부산-서울까지 완주했던 경험

둘째,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스페인 산티아고. 당시 순례자들이 종점에서 옷을 태웠더랬지.


이쨌거나 저쨌거나 이런 거창한 이유들보다는 독일 교환학생을 하면 남는 게 시간이고

특히나 여름방학은 너무나 길다. 이 시간들을 잘 활용하여 프라하, 파리, 런던을 가는 게 가장 큰 이득이긴 했지만 난,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어린 날의 패기라고 하기엔 꽤나 무모하긴 했지만 가방, 우비, 신발, 모자, 침낭을 다 싸들고 내가 사는 도시인 바이로이트중앙역에 도착했다. 실제 국토대장정 출정날처럼 내 배낭을 직접 매고 기숙사에서 역까지 걸어왔는데 벌써 힘들다.. 33일간 내가 걸을 수 있을까..?


마지막 독일 환승지인 Ausburg으로 가는 기차에서는 웬 커플이 피자도 들고 탔다...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커플이! 그것도 피자를!!!!!!

밤기차를 타고 파리까지 가야 하는데 벌써 몸이 뻐근하다..


캐나다에서 온 부부가 나와 말도 걸어주고 혼자서 까미노를 걸으러 간다고 하니 나에게

행운과 건강을 빌어줬다. 기분이 따뜻해진다.



2012. 7.24 (화)


프랑스파리 동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몽파르나스 역으로 향했다. 몽파르나스역은 훨씬 깔끔하고 안전한 느낌이라 훨씬 좋았다. 허겁지겁 샌드위치도 사서 먹고 예약해 둔 기차표를 받았는데 독일어만 보다가 불어를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제 바욘역에서 생장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계획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도착해야 하는 기차가 자꾸 늦어지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은 고조됐고, 결국 이 기차는 지연돼버렸다.

무려. 한 시간....

열이 받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잘못한 게 아니지??

이 기차가 늦어서 내가 다음 환승을 못한 건 얘네 탓이야! 따질 거야!!!

바욘역에 내리자마자 아무 역무원이나 붙잡고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요. 나 생장 가야 되는데 기차가 늦었어요!"

역시나 나 같은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저 멀리 나와 비슷한 순례자가방을 멘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역무원은 "생장까지 저희가 택시를 태워드릴 테니 저기에서 기다려주세요."

결국!! 우리는 택시를 타고 생장까지 가는 기적을.... 경험했다.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다고 다 같이 택시를 타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저녁이라 늦었지만 바로 순례자 사무실로 향했다.


순례자들의 상징인 조개도 받았고 여권도 바로 만들 수 있었다. 알베르게는 너무 늦은 저녁이라 조금은 비싼 사설 알베르게로 가긴 했지만 그게 어디인가 싶었다. 바로 씻고 나와서 살짝 산책도 했는데 이제 정말 나 혼자 걸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알베르게의 침대를 보니 살짝 외롭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 진짜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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